19일 오전 경기도 연천 전방부대에서 발생한 ‘수류탄·총기난사'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다. 군사분계선(MDL)에 인접한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우리 병사가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무차별 난사하고, 체력단련실과 취사장에 있던 소대장과 취사병을 사살하는 등 전우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혹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얘기가 현실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우리 집 둘째가 전투경찰로 후방에서 군무를 마치고 제대한지 3일 만에 일어난 사건이라 충격이 더 컸다. 사실 나는 둘째를 입영시키며 최전방 GP에 복무시키는 걸 원했었다. 육군에 입대하고 전방과 가까운 훈련소에서 훈련병 생활을 할 때만 해도 내 뜻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훈련을 마친 후 컴퓨터에 의해 전경으로 차출되었고, 지금까지 그걸 아쉬워하고 있었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일이 ‘우발적인 사고냐, 계획된 범행이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왜 일어나야 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해이된 군 기강을 바로잡으면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문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 고참병에게서 언어폭력을 심하게 당한 사병이 앙심을 품고 저질렀다는 이번 사건을 접하며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을 떠올려본다. 몇 년 전부터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집단 폭력, 왕따’ 등 학교에서 자주 듣는 말이 새로 생겼다.
아이들과 대화를 해보면 괴롭힘을 당하는 당사자만 심각할 뿐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옆에서 지켜본 아이들도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주의 때문에 그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더구나 괴롭힘을 당한 아이가 자기보다 힘이 약한 아이를 골라 그대로 괴롭힘을 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아이들 옛날 어린이들보다 몸집은 커졌는데 체력이 약하다. 보고 듣는 게 많은데 차분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건 부족하다. 개성과 멋을 중시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보니 화를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
며칠 전, 옆 반 여선생님이 ‘교사 앞이지만 죽고살기로 싸워서라도 화가 풀려야만 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느냐?’고 걱정을 했다.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기 전에 우리 모두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 어떻게 키워야 할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그래야만 이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