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꼬마 음악가들 구경하세요

2005.06.20 21:40:00


"곡식 농사는 적자를 보아도 자식 농사만 잘 지으면 원이 없겠으나, 자식 농사가 안 되어 다들 농어촌을 떠날 수 밖에 없다" 는 농어촌 현실, 매년 통폐합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지로 언젠가는 폐교 될 것이라는 불안을 키우는 교육 행정.

우리 연곡분교장은 폐교의 계곡을 지나 이젠 도약의 걸음마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답니다.
그 1등 공신은 바로 '전교생 바이올린 지도' 입니다. 시골 학부모님들이 가장 원하는 방과후 교육 활동의 갈증을 풀어 드린 것이, 학교와 학부모, 아이들을 돌아오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바이올린 강사에게 아이들만 배우게 할 경우, 학생 지도나 성과면에서 소홀할까봐 우리 학교에서는 선생님들도 아이들 사이에서 같이 배웁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복습도 시킵니다.

전교생 16명과 선생님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바이올린 현을 고르며 한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이름하여 음악 가족이지요. 작년에는 군 학예발표회에 나갔고 올 가을에는 산골분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 계획으로 오늘도 열심히 연습한답니다.

저도 아이들보다 앞서 가려고 손가락 끝이 부르트도록 연습을 하곤 합니다.
오늘처럼 젊은이들이 유명을 달리한 슬픈 날에는, 비무장지대에서 고생하는 아들이 유난히 보고싶어서 보고 싶어서 눈가에 고이는 물기를 참으려고 바이올린을 더 만집니다.

그리고 간절히 빕니다. 이 땅에 빨리 통일이 와야 한다고. 귀한 젊은이들의 아까운 시간을 아름답게 쓰도록 해야 한다고....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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