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적 무기력은 무서운 병이다

2005.06.24 21:05:00

작가 조벽 敎授는 그의 저서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에서 한국 교육의 힘을 빼고 교사를 괴롭히는 다섯 가지 병으로 ‘절망하는 교사, 타성적 무기력에 빠진 교사, 맹목적 신봉에 허탈해하는 교사, 불신하는 교사, 책임회피에 급급한 교사’를 꼽고 있어 공감이 갔다.

요즘 누구나 무기력에 빠지기 쉬운 계절이다. 얼마 전 우리 고장의 모 중학교 현직 교감이 학교 업무 처리 과정에서 생긴 인간적 갈등으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다가 정년을 한 해 남겨둔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에 대하여 필자는 착잡한 마음으로 ‘죽음이 교육적일 수야 없는 일이지만’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올린 적이 있다.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없으며 자살을 택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죄 값이 덮어지거나 명예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물며 교사의 자살, 교사이기 이전에 인간이므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교사라는 직업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의지력과 희망을 키우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 앞에서 자살의 길을 택하는 것은 이유야 어찌되었든 당연히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자기모순이며 어떤 논리로도 객관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타성적 무기력은 무서운 병이다.

또한 절망은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다는 궁극적 무기력 상태에서 온다는데, 극단적으로 개인화 되고 비인간화 되어 무기력 상태로 치닫는 사회가 아무리 원망스러울지라도 우리 교사는 결코 절망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교사의 절망과 무기력은 아이들에게 곧바로 전염되는 무서운 병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전달하는 지식뿐 아니라 ‘교사 그 자체’다. 따라서 학생들을 보며 사랑과 보람에 눈물이 고이는 교사의 정서가 회복될 때 작가 조벽 敎授의 말대로 “교사도 살고 교실도 살아난다”고 본다.

이 여름, 우리 교육의 힘을 빼고 교사를 괴롭히는 다섯 가지 병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 교사가 되길 기원한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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