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 어디로 가야 하나?

2005.07.20 17:12:00

이제 대부분의 학교들은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방학계획을 살펴보며 신이 난 아이들이나, 각종 연수나 여행 등을 통해 재충전을 계획하고 있는 교원들이나 마음이 들떠 있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운동부 어린이들은 정해진 날짜 만큼 학교에 나와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에 참여하는 어린이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더운데 훈련에 참여하려는 어린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운동부에 들면 죽도록 고생만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훈련에 참여시키겠는가?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으니 훈련을 맡은 담당자들만 애를 태워야 한다.

방학 중에 하는 훈련이 과연 능률적이냐ㆍ비능률적이냐, 교육적이냐ㆍ비교육적이냐를 누가 따져봤는가? 또한 그런 걸 따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방학 중에는 모든 것이 정지해 있다는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운동부 아이들과 담당자들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합숙소 아이들’이라는 오늘 신문 기사에 서울에 있는 한 여자중학교 축구부 25명을 수용하는 합숙소 풍경이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20여 평의 방 한쪽에 있는 빨래 건조대에는 옷들이 가득 걸려 있다. 실내화와 봉 걸레, 커다란 빗자루, 그리고 짝 잃은 양말, 책상 하나 없고, 책 한권 보이지 않는다. 덩그런 벽에는 흔한 복사 그림 하나 없다. 싱크대와 화장실도 모두 같은 공간에 있다.」

오죽하면 2003년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사건 이후 교육부에서는 합숙소를 폐쇄한다고 발표까지 했었다. 합숙소의 존폐 여부가 경기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기 전에 금메달에 눈이 먼 관리자나 지도자, 어린 자식을 프로 선수로 착각하는 학부모를 우리 주변에서 추방하는 일이 먼저여야 한다.

학교체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운동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빨리 거둬내야 한다. 모든 학교의 운동부가 자생적인 학교스포츠 클럽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 스포츠클럽은 그동안 실적을 중요시해 폐단이 많았던 운동부가 아닌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내재되어 있던 소질을 발견하고 재질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체육차원에서 지도ㆍ관리되어야 한다.

무더울 것이라는 이번 여름방학 각 학교의 운동부 아이들이 친구들과 시원한 냇가나 계곡에서 신나게 물놀이 하는 게 어쩌면 무더운 학교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훈련하는 것보다 능률이 더 오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자.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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