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모집에 아이들의 마음은 멍들어 간다

2005.07.21 15:22:00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에 모두가 지쳐 가고 있다. 숲 속 어디에선가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한 줄기의 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 더 구성지기까지 하다.

수시 모집 마감 일을 하루 앞 둔 오늘. 선생님의 일손은 바쁘기만 하다. 원서를 쓰고 난 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작성한 원서를 꼼꼼하게 살펴나가는 선생님의 눈빛 앞에서는 더위도 한 발 물러선다. 무엇보다 접수를 하고 난 뒤 치솟는 경쟁률에 아이들의 마음은 초조하기만 하다.

학급의 한 아이는 수시 모집 1차에 무려 12군데나 원서를 써 다른 아이들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학생의 경우 1․2학년 성적에 비해 3학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가 있기 때문에 그 학생은 다른 학과를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것으로 인해 그 학생의 마음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고3으로서 입시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남학생은 입시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대학과 학과에 관계없이 현재 자신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 아무 데나 원서를 써달라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였다. 상담을 하고 난 뒤 간신히 만류를 했지만 왠지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다.

또 어떤 여학생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이 지역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성적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대도시에 소재한 대학으로 진학을 해야겠다며 떼를 쓰기도 하였다. 그리고 친한 친구가 가는 대학에 자신도 따라 가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아이도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의 아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해석해야만 할까?

어쩌면 아이들은 수시 모집을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이들의 의사를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충분한 상담을 하고 난 뒤 대학 및 학과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부모님과 대화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연일 치솟는 경쟁률에 아이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과연 경쟁률의 수치가 진정으로 그 대학과 학과에 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인지 의심이 간다. 한편으로는 무조건 학생들을 선발하고 보자는 대학 측과 붙고 보자는 아이들의 심리적 충동이 그 경쟁률을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수시 모집으로 지출되는 가계비로 학부모의 경제적 고충 또한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결국 그것으로 인해 돈을 버는 곳은 대학이 아닌가?

수시 모집에는 함정이 많다.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생님, 학생 그리고 학부모모두가 수시 모집 전형을 꼼꼼히 읽어보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소신껏 지원했다면 경쟁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말고 대학별 전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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