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원달러!"

2005.08.10 09:33:00


8월을 여는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를 미끄러지듯이 날아올라 부푼 기대와 감정을 가라앉히며 아열대기후의 무더위를 뚫고 여행을 하는 중에 보고 느낀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르 와트와 그 유적群", 그 웅장하고 거대한 寺院을 관광하는데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정도의 초라한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하는 말이" 오빠! 원 달러!"이다. 남자아이들도 오빠라고 부른다. 우리 돈으로 천 원이 약간 넘는 돈이라 이들을 처음 대하는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은 돈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현지 가이드는 돈을 주지 말라고 한다. 한 명에게 돈을 주면 벌떼처럼 아이들이 몰려들어 곤혹을 치른다고 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공부를 할 나이인데도 거리에 나와 관광객에게 구걸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관광책자, 사진첩, 작은 선물을 판매하는 아이들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떼로 몰려들며 손을 내밀고 돈을 달라고 하니까 귀찮아 관광 기분을 망치는데도 누구 하나 제제하거나 단속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어른들은 게을러서 집에 있고 동정심을 살 수 있는 아이들을 내보낸다고 한다. 그들에게 1달러는 비교적 큰 돈이기 때문에 생존경쟁이 치열한 현장이다. 한국관광객이 많이 다녀가서인지 "오빠 미남!" "삼촌!" "할아버지!" "예뻐요!" "멋있어요!" 등 좋은 말은 모두 배워서 한국 관광객의 마음을 끌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50%는 문맹이라고 한다. 학교도 못 다니고 일찍부터 장사나 구걸에 나선 어린이들이 많다고 한다. 국경분쟁과 內戰으로 죽은 사람이 많아 인구비율이 어린이들이 전체인구의 약40%를 차지한다고 한다. 어린이들을 잘 가르쳐야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터인데 학교도 못 다니고 돈벌이에 나서는 그들의 앞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대책이 없는 듯이 보인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이들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가? 부모와 함께 앙코르와트까지 관광을 오고 외국유학, 어학연수를 떠나고, 방학동안 부모님차를 타고 산과 바다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우리 어린이들은 너무 행복한 어린이들이다.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좋은 시설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우리 어린이들과 신발도 못 신고 남루한 옷을 걸치고 구걸을 하는 어린이들에게 돈 1달러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남는 헌옷을 모아 관광객들이 나누어 들고 가서 그곳 어린이들에게 입혀주면 얼마나 좋은 선물이 될까? 우리에게도 6.25 전쟁 후에 폐허가 된 이 땅에서 미군들 뒤를 따라다니며 "기브미 쵸콜렛"을 찾던 과거가 있지 않은가 ?

12-13세기에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번성했던 앙코르제국은 당시 인구 100만의 거대한 도시국가였다고 한다. 이렇게 거대한 유적 앙코르와트는 바로 이 제국의 최전성기인 1119-1150년 사이에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약 2만 5000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30년간에 걸쳐 지은 인류최대의 사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사를 연발시키는 1.3Km-1.5Km의 인공호수를 둘레로 사방 약 1Km에 걸쳐 축조된 인류 최대의 석조 건물이다.

흥하면 쇠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보는 것 같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고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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