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60주년을 맞이하는 광복절이니 길게만 느껴지던 방학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시기다. 그래도 8월말이나 9월 초에 개학하는 학교들이 많으니 개학까지는 아직 보름이라는 기간이 남아 있다.
그동안 학생들은 자연 속에서 부지런히 호연지기를 키웠을 것이고, 교직원들은 2학기를 맞이하기 위해 재충전을 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물론 방법이야 사람마다 달랐겠지만 추구하려는 목적은 비슷했으리라.
혹 계획만 하고 시도를 못한 일이 있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이 남아 있지 않은가? 보름이라는 기간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못 이룰 일이 뭘 그리 있겠는가?
일반인들이 그렇게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방학이다. 국내외 어디서건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이다.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학 기간이지만 교사의 신분은 유지되고 있다. 권리주장 이전에 의무이행이 먼저여야 하듯 교권을 실추시키는 일이나 우리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는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중에 교권을 실추시키고, 우리 자신에게 화살을 겨눈다. 특히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내뱉는 말들이 그렇다. 이해상관도 없는 일반인들이 귀 따가워 할 정도로 상사나 동료, 아랫사람들을 비난한 말들이 눈덩이처럼 부풀어져 교직원들의 목을 죈다.
몇 년 전, 홀로 군산 앞에 있는 선유도로 여행을 갔었다.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같이 묵게 될 일행들이 점잖은 분들이라 조용할 거라는 얘기를 듣고 어느 방이건 응접실로 출입문이 나 있는 방에 짐을 풀었었다. 하지만 그날 그 점잖은 분들 때문에 날밤을 새워야 했다. 그들은 D시에서 온 교육계 관리자들이었고, 아랫사람들에 대해 듣기 거북한 얘기를 하느라 새벽녘까지 응접실을 지켰다.
화장실에 가려고 응접실 문을 열었을 때 ‘사장님, 너무 떠들어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를 들으며 '내가 만약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어쩔 것인가? 밤새도록 쏟아놓은 말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생각했었다.
어느 직장이건 껄끄러운 사람 한두 명은 있기 마련이다. 또 그런 사람을 안주로 해야 분이 풀린다면 어떻게 말리겠는가? 그렇더라도 최소한 주변에 누가 있는지는 살펴보고 그들이 신경 쓰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꼭 그런 자리에서 교육계 내부의 얘기를 해야 한다면 열심히 근무하는 직원들을 자랑하자. 기왕이면 만나기만 하면 서로 칭찬하는 풍토를 우리 교육계에서 먼저 만들자. 그렇게 된다면 교권은 저절로 세워질 것이다.
남은 방학기간 자유를 만끽하되 교권을 세우는 일에도 신경 쓰자. 말조심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