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으로 비쳐지는 두발 규제 해법은?

2005.09.03 11:30:00

“학교에서는 우리가 주인이 되고 싶다”,
“왜 학생들은 모두 똑같은 두발에다 똑같은 옷을 입어야 하느냐”,
“요즘 교도소에 끌려간 사람들도 두발을 자유롭게 기르고 있다.”

지난 해 두발자율화를 외치는 전국의 학생 대표들이 서울에 모여 집회를 하면서 자신들이 학교의 주인으로 대접받고 싶다고 주장하면서 외친 말들이다.

또한 지난 5월에는 '두발자율화' 촛불 집회를 갖는 등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두발 규제가 인권 침해라는 판단 이후 학교에서의 두발 규정을 놓고 교육당국과 학생, 인권단체 간에 논란이 이는 사이 학교에서는 생활지도에 상당한 공백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들과 일부 학부모들은 마치 두발에 대하여 완전 자유화된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두발자율화'에 대한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갈등의 발단은 학생자치회에서 두발 규제 완화 또는 완전자율화 건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어 학생회 만장일치로 의결한 것이다. 이에 학교에서는 학생회의 의결을 존중하고 시대적 조류을 반영하자는 뜻에서 두발 관련 학생생활규정 중 비민주적 내용을 개선하여 교사회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거의 자율화에 가깝게 완화된 규정안을 만들어 방학 전 학교운영위원회에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담당 교사위원의 추진 배경 및 취지 등 설명이 있자 예상과 달리 학부모 위원들의 거센 반발을 받아야 했다. 대다수의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염려하며 반대하는 '두발자율화'를 학교에서 아이들 주장만 듣고 개정하려 한다는 강한 비판에 우리 교원들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학부모의 반대 이유는 두발 규제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인권위원회의 권고는 학교가 추구해야 할 교육적 차원의 실리에 앞설 수 없다는 것이다. 위원회 개최 7일 전에 의안 공고를 하여 사전에 많은 준비와 토의를 거쳐 대비한 듯 비교적 논리적으로 반대 의견을 설명했다.

아이들의 속성상 자유를 주어도 그 한계를 벋어나기 마련이고 더 누리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자율화된 후에는 염색이나 퍼머 등 그 이상의 자유도 요구하는 등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고, 아직은 짧고 단정한 머리가 학생의 가장 기본적인 상징이며, 현재의 규정도 예전에 비하면 그렇게 짧은 것도 아닌 대폭 완화된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학교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모두 대세를 관망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가 먼저 자율화의 선봉 역할을 할 이유가 뭐냐는 것이었다.

결국 오랜 토론 끝에 두발자율화 안건을 학부모 위원들의 압도적인 반대로 현행 규정 유지 또는 학부모의 의견을 더 수렴하여 ‘보완 후 재상정’이라는 부결에 가까운 심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시대적인 변화의 조류에 편승한 청소년들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누릴 권리’와 ‘인권’ 문제, 그리고 학부모나 교사들의 교육적 의지 사이에서 '두발자율화'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갈등을 겪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타율과 강압으로 가득 찬 학교 울타리에 갇힌 채 살고 있다고 느끼는 학생들과 가정에서 다루지 못할 참다운 인성․생활 지도를 기대하는 학부모 모두를 만족시킴으로써 교육 본연의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학교에서의 명쾌한 해법은 무엇일까.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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