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아들을 둔 아버지의 기쁨!

2005.09.07 12:41:00

일전에 본교 육성회장을 지낸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식 놈이 이번 후기학위수여식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니 점심이나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아들이 본교 39회 졸업생으로 반장과 어린이회장을 했으며 아버지께서는 육성회장을 역임하신 분으로 행사 때 자주 뵙고 알고 있는 터라 거절을 못하였다. 지금은 농공단지관리소장 일을 하고 계신 분으로 아들이 중학교를 다닐 때는 중학교 육성회장도 맡으셨다고 한다. 이 분은 자식 잘된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장 교감을 불러 점심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박사 하면 도시에서는 흔히 있지만 시골벽지학교 출신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예는 드물다. 얼마나 좋으면 학위기를 넣은 붉은 케이스까지 들고 나오셔서 복사본을 한 부씩 주셨다. 딸 셋에 외아들로 키워서 지방고등학교(제천고)를 나와 고려대학교에 들어가 석사까지 마치고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일을 하면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지난 8월 25일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三韓의 ‘王’에 대한 硏究”를 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34세에 학위를 받았으니 이른 편이지 않은가? 모교에 교수자리가 나면 전임으로 갈 계획이라고 한다.

중학교(매포)를 다닐 때도 공부를 아주 잘해 학생회장도 하고 제천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말이 적고 책을 한번 잡으면 놓을 줄을 모른다고 한다. 시골에서 아들을 공부시켜서 출세를 시킨 셈이다. 부모님도 아들교육을 위해 학교육성회장과 어머니회장 일을 맡아 열심히 뒷바라지를 하셨기에 기쁜 마음을 아들의 모교 교장 교감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시골에서 나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사례가 꿈과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동기를 유발시켜 주는 좋은 교육 자료로 활용하려고 한다. 학교 홈페이지 졸업생광장 란에 소개하고 모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어린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부탁하여 후배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려고 방금 전에 박대재 박사졸업생과 통화를 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교육 자료 중에 이보다 더 좋은 인적 자료가 어디 있겠는가? 본교에서 저학년을 다닌 송종국 축구선수가 월드컵 대표선수로 뛸 때는 남자어린이들은 모두 축구선수가 되겠다며 기가 살았던 일화도 있다. 박사 아들을 둔 아버지의 함박웃음에서 자녀교육의 보람을 읽을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점심시간이었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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