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다 학과가 우선이 아닐까?

2005.09.11 18:40:00

토요일 퇴근시간. 이번 주는 계발활동이 있는 관계로 3학년 자율 학습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주 추석을 앞두고 그 동안 학교 일로 미루어왔던 벌초를 가족과 함께 할 작정이었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수시 모집 때문에 금요일까지 아이들과 진학 상담을 하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다행히도 모든 아이들의 상담이 끝나 토요일은 조금 홀가분한 기분이기도 하였다.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 교무실을 빠져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교무실 밖에 우리 반의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가방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계발활동이 끝난 모양이었다. 나는 짧게 수인사를 나눈 뒤 퇴근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 뒤를 따라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주차장까지 와서야 그 여학생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선생님, 바쁘세요? 잠깐 이야기 할 시간이 있으세요?”
“무슨 일이니? 어제 수시 모집 상담을 다하지 않았니?”

사실 그 여학생은 어제 한 시간 가량의 상담을 통해 수시 모집에 갈 대학을 결정한 터였다. 그래서 내심 가고자 하는 대학을 바꾸려고 하는 줄만 알고 대뜸 나는 물었다.

“그래, 대학이 바뀌었니? 어떤 대학으로..., 말해보렴.”

그 여학생은 대답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딴청만 부렸다. 시계를 보니 가족과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갔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그 여학생에게 월요일에 상담을 할 것을 종용하기로 하였다.

“OO아, 우리 월요일에 상담하면 안될까?”
“선생님, 엄마가....”
“왜 그러니? 어머님에게 무슨 일이 있니?”
“그게 아니라, 엄마가 OO대학교에도 한번 지원해 보라고 해서요.”

그 여학생이 쉽게 말을 못 꺼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아이 또한 현재 본인의 성적으로 그 대학을 지원하는 것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단지 부모님의 권유이기 때문에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말을 했다.

“그러지 뭐. 어머님의 소원인데?”

그제야 그 여학생의 상기된 얼굴 위로 화색이 감돌았다. 나의 담담한 행동에 마음이 놓였던 모양이었다. 막상 대답은 했으나 그렇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부모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그 아이가 마음의 상처나 받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부모님이 정 원한다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아이의 어머님과 상담이나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9월 10일부터 수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1차 때보다 다소 인원과 대학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합격하기란 그리 만만치가 않다. 특히 최저 학력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수능 시험이 끝 날 때까지 선생님, 학부모 및 학생들 모두가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학보다 학생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 주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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