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폴리스,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

2005.09.15 11:31:00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시범 실시한 ‘스쿨폴리스’ 제도가 설문조사 결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음으로써 시범운영 주체인 부산시교육청과 부산경찰청은 내년부터 이 제도의 전국 확대 시행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학교폭력 예방’ 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교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 발상은 모든 학생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는 명백한 '인권 침해'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 폭력 문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서 하루 빨리 근절해야 할 시급한 사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중요한 교육정책을 불과 몇 학교를 대상으로 단기간 시범운영한 결과로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학교 폭력은 일반 사회 폭력과 달리 교육적 해결이 우선되어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

학교 폭력은 일반 폭력과 달리 사후 적발보다는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한 데 비하여 스쿨폴리스 몇 명이 학교를 순찰한다고 집단따돌림 등과 같은 교내 폭력과 학교주변 폭력이 사라지겠느냐는 문제는 투입과 산출의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회의적이라고 본다. 실제로 지금 사회에 만연된 폭력이 경찰력이 부족하거나 경찰의 치안 활동이 미약해서 늘어나는 것인지 판단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 일반, 그리고 학교 당국에 따라서 보는 시각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학교 폭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 교사와 다른 학생들의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 때문으로 만약 스쿨폴리스 제도를 전면 도입할 경우 많은 학교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교사의 교내 순찰윤번제 등과 같이 일시적으로 가벼운 문제 예방에는 다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중대한 폭력을 더욱 음지로 몰고 갈 것이고, 이는 곧 학교 폭력을 더욱 치밀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스쿨폴리스’ 제도 도입의 발상은 언론이나 경찰 등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니까 교육부와 경찰이 급하게 내놓은, 다분히 ‘보여주기식’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실제로 학교 폭력이 교사들의 생활지도의 의지나 순찰 활동이 미약해서 생긴다는 분석은 학교의 노력을 지나치게 불신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내 생활지도팀이 지속적으로 순찰을 실시하고 전문상담교사제 운영, 정기적인 설문조사 등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이 제도가 평소 학교 폭력 문제 때문에 피해를 봐야 했던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선량한 일반 학생들은 학교에 제복을 입은 전직 경찰관이나 낯선 어른들의 순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하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자칫 학생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감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상담 전문가도 아닌 전직 경찰관 등이 교사의 자리를 대신해 학생들과 상담하고, 제복을 입고 교내를 순찰하는 일은 분명 전문직인 교직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훼손이다.

학교 폭력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학교 폭력은 방과 후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스쿨 폴리스와 같은 비인도적인 제도보다는 가칭 ‘스트리트 폴리스(Street Police)’가 실질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본다.

대낮에 학교에서 제복을 입고 순찰을 돌며 혐오감을 주며 인권 문제를 야기하기보다는 어두운 밤 학교 주변이나 범죄의 사각지대나 골목길을 순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며,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인성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 적용하는 보다 교육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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