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벌써 아이들의 마음은 내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바라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선생님이기에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표정으로 보아 종례 시간이 길어지면 왠지 짜증을 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즐거운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는 짧은 한 마디만 하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올 추석 연휴는 워낙 짧아 아이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는 조금 부족한 듯하나 이 기간 동안이나마 입시의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기를 바랬다.
교실 문 앞에 서서 가방을 챙겨 나가는 아이들 하나 하나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 또한 활짝 웃으며 나에게 답례를 해주었다. 오늘따라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실을 빠져나가고 남아 있는 아이는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도무지 집에 갈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사연이 있는 듯 얼굴이 시무룩해져 있었다. 그래서 다가가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OO아, 집에 안가니? 어디 아픈 거니?”
“------”
그 아이는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창문만 바라보았다. 무언가에 심보가 났는지 잔뜩 불만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 아이의 입에서 불쑥 나온 말이 있었다.
“추석이 싫어요. 정말이지 짜증이 나요.”
“그게 무슨 말이니? 집에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니?”
그 아이는 명절 때마다 있었던 이야기를 묻지도 않았는데 지금까지의 불만을 성토하였다. 많은 친척들이 모인 가운데 항상 도마 위에 오른 사람은 본인이었다고 하였다. 같은 또래의 사촌들은 모두가 학교 성적이 좋아 주위 친척들로부터 칭찬을 받는데 본인은 늘 찬밥 신세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해 어떤 때는 하루종일 방에 틀에 박혀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하였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추석에도 그런 일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가오는 추석이 싫었던 모양이었다. 간신히 달래어 집으로 돌려보내기는 했으나 왠지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말 한 마디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3학년이기에 더 염려가 되었다.
다만 그 아이가 이번 추석을 잘 보내 앞으로 얼마 남지 수능시험에 나쁜 영향을 받지 않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화요일에는 예전처럼 웃는 얼굴로 보게 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