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의 '독서 인증제'

2005.09.21 12:37:00

조선일보(2005년 9월 19일자)에 따르면, 부산의 교육 만족도가 16개 시 도 가운데 전국 1위라고 한다. 이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학생 학부모 교사 3만 7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부산의 교육이 전국 1위의 평가를 받게 한 내용으로는 릴레이 영상 수업, 독서 인증제, 불우한 학생들을 도와주는 보충수업 시스템을 비롯해 병원에 장기 입원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병원 학급까지 운영하는 결과라고 보도하고 있다.

다른 시 도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음에 비추어서 리포터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독서 인증제'이다. 서울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연평균 1.3권의 책을 빌리는 데 반해 부산 학생의 대출 도서 수는 9.1권이나 될 정도로 책 읽기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바로 독서 인증제라고 한다. 부산에서는 학생들이 책을 읽고 나서 이터넷 사이트에 독후감을 올리면 그 책을 읽었다는 증명으로 쿠폰은 주고 있다고 한다.

독서가 중요하고 책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명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확실한 제도로 정착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모든 선생님들이 느끼는 애로 사항이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면 제대로 읽지도 않고 책의 줄거리를 짜 맞추기도 하고 심지어 대신 독후감을 써 주는 사설 기관까지 등장하는 폐해를 낳기도 한다.

6학년을 가르치며 내가 실천해 본 방법으로는 독서토론을 기본으로 하여 정해진 책을 읽게 하였는데, 그런 경우에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지 않은 아이들이 언변만 좋아서 책을 다 읽은 아이들보다 독서토론을 잘 하는 경우를 보았다 .

그래서 그런 헛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독서토론 점수에 독서평가 점수를 반영하여 토론자를 선발하기도 했었다. 책의 내용을 담임이 먼저 읽고 중요한 내용을 10문제 정도 출제하여 주관식 평가를 해 보면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은 점수를 전혀 얻지 못해서 독서토론회에 참가 자격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다음부턴 꼭 읽게 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꾸준히 지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때로는 필독 도서로 선정된 일정 두께의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깨끗한 종이 위에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자유스럽게 생각해서 쓰게 하는 방법도 효과가 있었다.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은 저학년이므로 적용하는 방법을 조금 바꾸었다. 도서실의 책을 읽고 다 읽은 책의 내용으로 그림일기를 쓰고 옆에다 책을 읽은 느낌이나 줄거리를 칸이 그려진 공책에 쓰게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자주 하면 부담을 느끼므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한다.

그렇게 완성시킨 그림일기의 장점은 책을 관심있게 읽어서 좋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감성도 기르게 된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림일기 독후감을 완성하면 도서실에 자기 점수판에 스티커를 올려주고 교실에서는 칭찬 스티커를 발행하여 선물을 주고 있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바르게 쓰기와 띄어 쓰기까지 지도하고 그리기 색채까지 봐줄 수 있으니 독서 효과 까지 모두 일석사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지속적인 지도를 해 주는 담임 선생님의 역할이 관건이다. 아이들은 금방 흥미를 느끼는 일도 싫증을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상하는 데 인색하면 효과가 미약하다.

어떤 식으로든지 '독서 인증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되도록 어렸을 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교육이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내 반 아이들의 독서력을 키우는 것은 학력 향상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창의성이 가장 요구되는 부분이 '독서 인증제'라고 생각한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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