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만들어요

2005.09.26 13:19:00


'오늘은 내 생일인데...'
평소에 말수가 적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어른들보다 더 신중한 찬우가 아침 독서를 끝내고 와서 나를 보자마자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내가 잘 못 들은 것으로 알았는지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중얼거립니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그러자 곁에 있던 아이들이 합창을 합니다.
"선생님, 오늘은 찬우 생일이래요.'
"응, 그러니? 부모님께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드리고 큰절을 올렸니?
"아니오, 아직 못 했어요."
"그럼 오늘 집에 가면 감사 편지도 드리고, 큰절도 올리고, 엄마 아빠 발도 씻어 드리세요. 찬우는 잘 할 수 있지요? 낳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하는 말씀도 함께 할 수 있지요?"
"예, 선생님. 잘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찬우를 위해서 각자 선물을 만듭니다. 진우는 색종이 강아지와 보트를 만들어서 찬우가 바다 여행을 갔으면 좋겠답니다. 서효는 학과 망원경을 만들어주며 찬우에게 행운이 많이 오기를 빕니다. 은혜는 색종이 목걸이를 만들어 주며 색종이처럼 예쁘게 살면 좋겠답니다. 2학년 나라는 오뚜기를 만들어서 찬우가 넘어지더라도 잘 일어나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는군요. 주인공인 찬우는 부모님께 드릴 감사 편지를 정성껏 만들며 연방 싱글벙글입니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작은 일로 감동하고 행복을 발견합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 해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뒤로 미루곤 합니다.

날마다 같이 사는 가족인 한 학급 아이들끼리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축하해 주며 마음을 나누게 하는 일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친구의 생일에 돈을 들여서 선물은 못 해 주지만 정성껏 만든 마음의 선물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소중히 하며 살고 있답니다. 예쁜 상자에 꼭꼭 담아 놓고 먼 후일에도 열어보며 함께 살았던 유년의 친구들을 생각하길 바란답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갈 마음의 친구로 소꼽친구만큼 소중한 동반자가 또 있을까요?
친구들이 만들어 준 선물 속에 꼭꼭 숨겨둔 편지를 힘들 때마다 꺼내 읽어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도 얻으리라고 나는 굳게 믿습니다. 화려한 생일 케이키나 비싼 생일 선물이 없어도 생일에 부모님의 은덕을 생각하며 친구들이 준 마음의 선물로 부자 될 수 있는 감동을 새길 줄 아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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