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보다는 순종하는 아이가 아름답다

2005.09.28 18:03:00

누군가 밤에 리어카를 가지고 놀았나보다. 교실로 가다 보니 뒷쪽 운동장 가운데에 리어카가 방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많이 등교하는 시간이고, 통행이 잦은 곳이라 사고가 날까 염려되었다. 옆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옆 반 아이 한 명을 불러 창고에 끌어다 놓을 것을 부탁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아이는 볼멘소리로 창고가 어디 있는지 모른단다. 5학년이 하나밖에 없는 창고를 모를 리 있느냐고 했더니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짜 모른다고 대답한다. 1학기에 5학년 전체가 꽃 심기 실과수업을 창고 앞에서 했었기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이에게 화가 났다.

분명 청소 시간이었고, 창고의 위치가 어딘지 알고 있는 아이였다. 리어카 때문에 다른 아이가 다치게 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오히려 청소 시간이지만 배드민턴을 잠깐 못 치게 된 것에 불만이 많은 이기적인 아이였다. 그렇다고 그 아이에게 리어카를 창고에 끌어다 놓게 할 방법이 내게 없었다.

다른 아이에게 시켰더니 선뜻 리어카를 끌고 창고로 향한다. 오늘 따라 교사의 말에 순종할 줄 아는 아이의 뒷모습이 더 예쁘게 보였다. 어른이나 교사의 말에 순종하는 아이일수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용 자세가 부족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을 살면서 내 것 네 것 가리고, 내 일이 아니면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앞세우는 게 문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에는 오리발을 내미는, 즉 모르쇠로 일관한들 제재할 방법이 없는 교육제도가 문제다. 허울 좋은 명목을 내세우며 교사들이 아이들의 참교육을 위해 진짜 마음 바쳐 교육하고 싶은 권리를 빼앗는 게 문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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