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못하는 교육계

2005.10.29 09:56:00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SBS는 8시 뉴스시간에 ‘위기의 선생님’을 연속기획으로 방송하고 있다. 첫 방송(24일)에 나온 '교단개혁 시급'의 이유를 옮겨본다.

「‘교육의 성패는 교사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SBS는 이런 인식 아래, 오늘(24일)부터 우리 교단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집중 보도합니다. 우리 아이를 맡긴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OECD가 최근 내놓은 국제 교육환경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학교 소속감이나 교사의 헌신도는 조사대상 40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 중략 - 교사들의 현 실태를 있는 그대로 보도한다는 취재의도가 자칫 일부교사의 얘기로 전체교사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주변의 우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 때문에 학생이 학교 가기를 싫어하고, 자식이 볼모라며 울분을 토하는 학부모가 있는 한 이제 교실 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SBS는 또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나 고충, 존경받는 선생님도 함께 보도하면서 우리 교단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마침 정부도 교원평가를 실시한다는 방침 아래 학부모 교원단체와 다시 만나 진지한 토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방송 ‘아이가 볼모인가요?’ 이후 ‘체벌, 사랑의 매인가?’, ‘찬조금, 또 다른 촌지’, ‘학교보다 학원이 좋아요’, ‘철밥통 교사직’까지 단단히 작정을 한 듯 제목부터 교사들을 죄인집단으로 몰아가며 교사들을 험담하고 매도하는 방송만 내보내고 있다. 교실 안을 들여다보려면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것 아닌가? 대안도 없이 그것도 학교현장의 실상과는 동떨어진 일부 학교나 교사에게 있을 수 있는 얘기로 일반 국민들을 선동해 무슨 이득을 보겠다는 것인가?

기획의도에서 밝혔던 우리 교단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언제 제시할 것인가? 교사에 대한 불신의식을 잔뜩 높여놓고 뒷부분에서 짤막하게 과중한 업무나 고충, 존경받는 선생님에 대해 보도한들 실추된 명예가 회복될 수 있겠는가?

이런 내용의 방송이 교육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모르는지 교육부장관은 항의도 안 한다. 오히려 즐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제’,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모교장제’, 예산의 효율성을 이유로 2009년까지 1965개의 농어촌 소규모 초․중․고등학교를 통폐합하는 방안,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도 교육위원회를 광역의회에 통합하고 단체장과 교육감 선거를 동시에 실시, 시·도 교육감이 교육부지사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교육부장관의 발언 등이 맞물려 하나의 시나리오를 이루며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벌집을 관찰해보면 벌들은 질서를 지키며 아주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그런 벌집을 일부러 건드린다면 금방 벌집 주변의 평온은 깨지고 만다. 요사이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여론몰이를 보면 대대적이고 계획적이다. 세상에서 제일 힘없는 집단이 교사 집단인데 승부가 뻔한 싸움 아닌가? 지금 이놈저놈이 한 번씩 걷어차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게 교육계 아닌가?

결국 학교라는 벌집은 추락할 것이다. 추락한 벌집 앞에서 갈피를 못 잡는 벌들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책임을 회피하자는 게 아니다. 왜 여기까지 와야 했는지 차분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 앉아 해결책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양식 있는 사람들은 벌집과 벌들을 걱정한다.

사업은 투기지만 교육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학생ㆍ교사ㆍ학부형이 눈높이를 같이하며 서로 이해하고, 신뢰할 때 발전한다. 다시는 매스컴에서 쓸데없이 벌집을 건드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학교라는 벌집에서 꿀이 철철 넘쳐흐르도록 도와줄 수 있는 언론이나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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