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시범실시 신청 학교의 수가 시도별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교원평가 대상 학교로 선정되면 학교운영비와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 점수가 주어지는 탓인지 생각보다 신청 학교 수가 많은 것으로 집계가 되었다. 이에 교육부의 시범학교 선정에 따른 확정 발표 하루를 앞두고 각급 학교는 냉기류의 분위기가 흐른다.
교원평가를 범국민적으로 알리기 위해 각급 학교는 교원평가 시범 운영에 부치는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서한문을 부리나케 유인물로 만들어 학생들을 통해 학부모께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들에게 있었다. 교원평가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학생들은 단지 선생님을 평가한다는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는 듯했다.
수업시간이었다. 한 학생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교원평가에 대해 질문을 하였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하는 그 학생의 태도였다. 마치 본인이 평가단의 일원이라도 된양,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 무슨 질문인데?”
“교원평가를 하게 되면 선생님들이 많이 잘리게 되겠네요. 무엇보다 앞으로 선생님들은 저희 학생들에게 잘 보여야겠군요.”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한 동안 말문이 막혔다. 아이들은 교원평가가 선생님들 구조조정을 위한 교육부의 정책으로 알고 있었고, 교원평가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 아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교원평가’에 대해 진작 알아야 할 학생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따라서 교원평가가 학생들에게 잘못 해석되어 선생님들이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난도질당할까 걱정이 앞선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수업만족도 조사에 있어 선생님들의 자질과 실력에 관계없이 인기가 있는 선생님들에게 후한 점수를 줄 것이고 학부모들 또한 자녀들의 학교 생활 만족도 조사에 있어 학생들의 입김이 크게 좌우하리라 본다.
교원평가를 시행하려는 정부의 강경책의 하나가 전국의 시도별 초․중․고 1개교씩 48개 학교를 대상으로 2006년도 8월까지 시행할 시범학교 운영이다. 이를 두고 일선 학교의 선생님들끼리도 잡음이 일고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문득 지나가는 한 동료 교사가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김선생, 앞으로 교원평가에서 좋은 점수 받으려면 나한테 잘 보여야 해.”
교원평가 시범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등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는 하지만 여기에 따른 부작용은 분명히 발생하리라 본다. 이에 교육부는 선생님을 비롯한 학생, 국민 모두에게 좀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제시 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