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 '황현' 선생의 후예들

2005.11.21 16:39:00


"얘들아, 6명이 참가한 매천백일장에서 5명이나 입상했단다."
"정말이세요? 야, 신난다. 그런데 좀 아쉽디. 다 탔으면 더 좋을 텐데..."
"그래도 자랑스럽구나. 우리 구례에서 가장 알아 주는 백일장에서 우리처럼 작은 분교 학생이 글 솜씨를 발휘해서 상을 탔으니 말이다."

우리 연곡분교 아이들은 감성이 발달해서 글을 참 진솔하게 잘 쓴답니다. 꾸미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잘 표현하는 아이들이랍니다. 가지고 있는 바탕이 고우니 격식을 갖춰 쓰는 방법적인 면만 조금 지도해 주면 1학년짜리도 제법 글을 잘 써서 놀라곤 합니다.

매천 황현 선생님의 우국충정을 기리고 그 분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매년 열리는 매천백일장은 이 고장 구례에서는 으뜸가는 문학행사입니다. 이 고장에서 글 솜씨를 지닌 초중고 학생들이 모여서 자웅을 겨루는 귀중한 시간이 됩니다. 학교에서 국어 쓰기 시간에 엶심히 글 쓰기 공부를 한 실력, 일기 쓰기로 달군 솜씨, 좋은 책을 읽어서 마음 밭에 뿌려놓은 알곡들을 챙겨서 글밭을 자랑하는 그 시간은 참으로 좋은 기회가 됩니다.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살아있는 글을 쓰는 동기가 됩니다. 2시간 동안 한 편의 글 속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글쓰기 행사도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매우 교육적인 활동이 됩니다. 그러니 할수만 있으면 많은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어합니다.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 출간되는 기쁨까지 얻고 상장과 상금을 타서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참 행복하게 보입니다. 2학년이지만 글 솜씨가 보통 수준을 능가하는 우리 반 나라도 처음 참가해서 언니들처럼 상을 탔습니다.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기쁨과 자신감으로 충만되는 수상의 영광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남아 아이들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갑니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감을 키우는 일입니다. 할수만 있으면 아이들에게 상을 주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함을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 자부심은 실패와 실수를 덮을 수 있는 좋은 약이 되기 때문입니다.

매천 선생님이 '글을 아는 것이 힘들다'하신 그 깊은 뜻을 새겨서 공부하는 자의 바른 자세까지 그 분을 닮아서 이 고장의 든든한 기둥으로 거듭나는 문장가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매천 황현 선생님의 정신은 더욱 또렷이 다가서는 요즈음, 자기 혼자만 살찌우는 지식과 학문이 아닌 두루 살필 줄 아는 지식인의 책임을 다 하는 매천 선생님의 후예로 우뚝 설 수 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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