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이었다. 매 교시가 끝날 때마다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과목의 난이도를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험이 어려웠나보다. 그래서일까? 고사장에서 빠져나오는 아이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가 않았다.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을 보고 난 뒤 활짝 웃었다가, 2교시 수리탐구에서는 푼 문제보다 찍은 문제가 더 많았다고 이야기를 한 여학생은 실망하여 점심까지 굶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3교시 외국어 영역은 지문이 길 뿐만 아니라 어휘 또한 낯설어 해석이 안 되는 문장도 많았다고 하였다. 4교시 사회탐구는 선택과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몇 문제를 제외하고는 작년 수준과 비슷했다고 하였다.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교실로 올라갔다. 시험 결과에 관계없이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채점 결과에 어떤 아이들은 책상에 엎드려 울기도 하였다. 반면에 어떤 아이는 언어영역을 다 맞아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다. 모든 시험이 다 그러하듯 희비는 교차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 순간이 담임으로서 제일 곤란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시험 성적이 좋은 아이들에게는 칭찬을,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격려와 위안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실망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얘들아,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 시험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니 미리 실망하여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알았지?”
내 이야기가 끝나자 한 여학생이 상기된 얼굴 표정을 지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선생님, 현재 제 점수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가 없어요. 그냥 재수할래요.”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는 것 같구나.”
“아니에요. 제가 답을 적어와서 채점을 했기 때문에 정확해요.”
“그래도 그렇지. 마지막까지 기다려 보고 결정을 내리자.”
“......”
그 아이는 내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 표정으로 보아 자신의 결심이 확신한 것 같았다. 사실 이 학생은 교대를 준비해 온 학생인데 사회탐구 영역에서 시험을 망친 것 같았다. 그리고 더욱 나를 안타깝게 한 여학생이 있었다. 수시 모집 2차 1단계와 2단계에 모두 합격을 하여 마지막 수능 최저학력만 통과하면 최종 합격의 영광을 얻게 되는 아이였다. 그런데 한 개 영역이 다소 점수가 불안하여 장담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까지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은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재수를 하려고 마음먹을 수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본다. 자칫 잘못하면 수능 결과를 비관하여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마지막 남은 기말고사까지 아이들은 포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우리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