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누가 가장 잘 알까?

2005.11.25 13:49:00

어제 군교육청 장학사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다. 우리 학교의 씨름부가 왜 도대회에 출전신청을 하지 않았느냐는 짜증 섞인 전화였다.

협회로부터 대회에 관해 공문 한 장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은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담당교사가 협회에 가끔 전화를 해 대회날짜를 파악해야 한단다. 공문을 보내지 않은 협회의 잘못은 뒷전인 채 무능력 교사로 몰아붙이는 말투라 기분이 상했다.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말이 오갔다. 교사의 주 업무인 수업 중에 불쾌한 전화를 할 만큼 '장학사라는 자리가 높은 자리인지? 그런 장학사가 학교 현장의 실상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교사의 주 업무는 자기반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다. 학교를 이동하거나 해가 바뀔 때마다 학교 형편에 따라 변하는 담당 사무는 엄밀히 따져보면 보조 업무다. 그런데 그런 보조 업무가 교사들을 피곤하게 하며 주 업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교육청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올해 학교를 옮기며 맡은 사무가 씨름부였다. 사실 그동안 누구보다도 운동지도를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제는 운동지도에서 손을 떼고 싶어 몇 년 동안 다른 사무를 원했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학교 형편상 맡아줄 것을 부탁하기에 기분 좋게 승낙을 했었다.

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야외씨름장에 코치도 없으니 씨름선수를 육성할 환경이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 도교육청지정 씨름부가 있다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고 이렇다할 실적도 없었다. 그래도 올해는 아이들이 열심히 연습을 해 충북소년체육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클럽대항 씨름대회에도 군대표로 참석했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가 그냥 이뤄졌겠는가? 클럽활동 식으로 잠깐씩 운동을 하고 있기에 연약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일임에도 씨름부 부형 중 운동하는 것을 찬성하는 학부모가 한명도 없다. 보조업무에 불과한 선수선발 때문에 담당교사가 학부형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교육청이나 장학사들이 알아야 한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하는 운동을 본인의 자녀라면 시킬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고무줄처럼 늘어지게 운동을 시키면 씨름부에 있을 아이가 없다. 어쩌면 운동을 시킬 학부모가 없다. 운동하는 기간이 짧아야 그나마 아이들을 대회에라도 참석시킬 수 있다. 짧은 운동 기간에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담당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런 현장의 실상을 담당자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나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가?

혹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학교 현장에서 담당자가 하기 싫어한다거나 불만이 많은 교사로 낙인 찍고, 일선 학교를 아랫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구태에서 못 벗어난 사람이 교육청에 근무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벗어던져야 한다. 그러면서 교육발전의 지름길을 찾아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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