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면 농·어촌 학교 가야 하나?

2005.12.18 09:06:00

최근 우리 교육계는 교원평가, 사학법 개정 등으로 시끄럽다. 마치 교육이 정치판의 안주거리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교육이 百年之大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교육 그 본연의 진정성을 잃어 가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 땅의 교육의 주체는 누구이며, 과연 교육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문득 그런 시끄러운 난장판으로부터 잠시 눈을 돌리고 싶다. 산골의 조그마한 학교에서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그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선생님들의 훈훈한 인간애가 그리워진다. 한편으로 우리 주변에서 그런 조그마한 시골 학교들의 정겨운 모습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학교는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농·어촌 학교들이 폐교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물론 다른 용도로 학교를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버려진 채 보기 흉한 애물단지로 남아 있다. 시골의 정겨운 길을 걷거나 차로 달리다 보면 이런 폐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단지 ‘학교가 아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이들이 없으면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을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골의 학교들은 단지 아이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그마한 시골의 문화 청량제 구실을 할 뿐만 아니라, 교육에서 소외된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훈훈한 지식의 전달자 역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나 산업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농·어촌 학교들은 아이들이 급감함에 따라 무조건 폐교시키는 엄격한 경제논리 앞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사회 구조의 변동으로 인한 농·어촌 인구가 점차적인 감소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학령 아동들 때문에 줄어드는 학교들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만, 학령 아동들을 무조건 도시로 떠나게 만들고, 그런 학교를 무조건 문 닫게 만드는 것은 살벌한 자본주의 사회의 또 다른 속성 앞에 교사로서 느끼는 절망감과 암울함은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다.

농·어촌 학교도 변화의 선상에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자식 교육에 공을 들이는 곳도 드물 것이다. 못 배운 자신의 서러움과 서글픔을 자식을 통해 극복해 보려는 학벌 지상주의가 나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초라한 자화상일 것이다. 하지만 더 잘, 그리고 많이 배워서 잘 살겠다는 의지를 누가 꺾을 수 있겠는가.

특히 농어촌에 사는 학부모들에게는 이런 아픔을 더 안고 살아왔기 때문에 자식 교육에 관한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쏟게 된다. 이런 요소들이 도시로 아이들을 내몰게 된 가장 근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얻는 수확은 대부분 초라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씩 그런 모습들이 변해가고 있다. 농·어촌 학교에 보낸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숨길 필요 없는 때가 오고 있다. 요즈음 농·어촌 학교들은 많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특히 교육시설이나 교사의 질 면에서 도시의 여타 학교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추려고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시설이나 교사의 능력 면에서 대도시의 학교보다 분명 뒤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최근 일선 자치단체에서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을 지역의 학교로 끌어들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실제 효과를 보고 있는 곳도 많다.

뿐만 아니라 농·어촌 학교를 나오면 대학 입학 시에 인센티브를 학생에게 주어서 해당 지역의 뛰어난 학생들을 자발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다. 특히 서울대에서 지역할당제를 통해 농·어촌 학교에서도 서울대를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위의 점들로는 피폐해 가는 농·어촌 학교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해당 지역민들이 도시로 아이들을 보내지 않고 자발적으로 지역 학교에 보내는 운동이라도 정말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기적이야 말로 진정 피폐해 가는 농·어촌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근간인 우리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공부 못하면 농·어촌 학교 가야 합니까!

우연히 지난 해 한 지역의 주민으로부터 “우리 아이는 공부를 영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촌 학교에 보내야지 별 수 있습니까?”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공부 못하면 농·어촌 학교로, 잘 하면 도시 학교로 가야 하는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농·어촌 학부모들의 자괴감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날로 힘들어지는 농·어촌 주민들의 삶에 교육마저도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지역단체와 지역주민, 그리고 나아가 학교가 삼위일체 되어 날로 피폐해 가는 농·어촌 학교 살리기에 전념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받으면서까지 도시 학교로 아이들을 내몰아야 하는 농·어촌 주민들의 아픔뿐만 아니라, 나아가 흔들리고 있는 우리 농·어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농·어촌 학교 살리기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도시에서 우리 지역 학교로 전학을 오는 실정인데, 왜 도시 학교로 보냅니까! 좋은 시설과 환경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너무 만족해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우리의 농·어민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침체된 농·어촌의 교육을 활기차게 되살려, 우리의 농·어민들이 그들의 자녀에 대한 희망과 확신이 가질 수 있을 때, 침체된 농·어촌 발전의 기틀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곧 농·어촌 학교 교육의 부흥은 우리의 소중한 미래이며, 나아가 우리 농·어촌의 청사진을 앞당기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종훈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