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담임, 교과담임 선정 꼭 2월말에 해야 하나

2005.12.28 15:50:00

추운 날씨가 겨울방학을 재촉하는 듯, 연일 혹독한 추위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미 일선 학교들은 방학을 했거나 겨울방학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기록부나 평가 처리에 일선 현장의 대부분 선생님들은 정신없는 학기말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내년에는 어떤 아이들과 업무를 맡을까’라는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대부분의 국공립 중·고등학교에서는 업무 분장이 인사이동이 끝나는 2월말에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교과지도나 업무 준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학기말이 되고 보니 아이들과 그 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쌓였던 앙금이나 오해를 풀기도 한다.

“선생님 내년에도 우리 담임선생님 맡으세요?”
“내년에도 꼭 맡아 주세요.”
“싫어요. 선생님 내년에는 다른 학년 맡으세요. 제발!”

엉뚱하기로 이름난 한 아이가 갑작스럽게 내년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야기꺼리로 돌변하고 만 것이었다. 때로는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내뱉는 이야기들이 왠지 아이들의 나를 향한 일 년 평가가 아닌지 싶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다행히 정색을 하고 ‘담임 맡지 마세요!’라고 하는 아이는 없었지만, ‘내년에도 선생님이 너희들 담임 맡을까?’라는 말에 표정이 일그러지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속으로 ‘모든 아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왜 저 아이가 저렇게 나를 피하고 싶은 표정을 지을까’라는 생각에 그만 맥이 풀리기도 했다.

“선생님 내년에 혹시 다른 학교에서 오시는 분이 우리 담임 맡나요?”
“선생님도 그건 잘 모르겠다. 내년 3월이 되어봐야 알 수 있을 거다.”
“저희들이 이제 고3인데, 새로운 선생님이 저희들을 맡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그것도 모두 교장 선생님 결정에 달린 거지. 나야 어디 감 나라 배 나라 할 수 입장이 아니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

‘내년에 고3이 되니 담임선생님도 우리를 좀 더 잘 아시는 분이 되었으면’ 하는 아이의 생각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선뜻 아이의 물음에 답을 해 줄 수 없음이 답답했다. 아이의 말대로 정작 대부분의 국공립 중·고등학교에서는 학급 담임이나 교과 담임이 2월말에나 결정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정작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고 있고, ‘당장에 자신에게 과중한 업무나 맡겨지지 않을까’라는 마음 때문에라도 입을 다물기 일쑤이다. 우연찮게 인사이동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서 내년 업무분장과 담임 배정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게 되었다.

“다른 학교로 옮기는 분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적어도 입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학과나 학년만이라도 좀 더 일찍 담임 선정이나 사무 분담을 하는 것이 필요해. 일부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2학년 말에 3학년 담임들을 다 정하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맞아요, 좀 더 일찍 사무분장이나 담임을 선정해 일찍 내년학기를 준비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떤 분들이 정확하게 다른 학교로 옮기는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그런 일들을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봐. 무엇보다 교원들의 인사 결정이 2월 중순이나 말에 발표되는 것이 더 문제야. 이 문제부터 해결이 되어야 된다고 봐.”

“핵심을 찌르는 말씀이에요. 매년 교원들의 인사가 2월말이나 되어 결정되다 보니 혹시 멀리 발령을 받아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정말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요.”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담임 배정이나 사무분장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근본적으로 교원인사 이동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이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적어도 입시와 관련되거나 학교의 중요 업무에 한 해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결정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일치를 보였다.

필자 역시 내년에 담임을 맡을지의 여부에서부터 어떤 업무를 맡을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 조금 빨리 알 수 있다면 신학기에 대비해 교과 연구나 업무 파악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아이들이야 단순히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가르쳐 줬으면 하는 희망사항으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런 희망사항에 더하여 정말로 교육현장이 좀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새 학기가 임박해서 여러 가지 사항들이 결정될 것이 아니라, 좀 더 빨리 담임이나 업무 분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무나 담임 분장을 두고 교사들 간의 갈등이나 반목, 혹은 교사들과 관리자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들이 보다 사전에 해결되어 신학기를 맞이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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