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독서의 시간으로

2006.01.05 13:46:00

-학문의 즐거움을 주는 조선인들의 공부 이야기-

다시 2006년이 시작되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공부의 근본은 책에서 비롯된다. 새 책으로, 참고 서적으로 각종 도서로 시작된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종이 책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능가하는 도구는 없다.

옛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유교 문화와 선비 정신의 나라 조선이 이룬 학문적 업적은 지대하다. 훈민정음을 만들어낸 성군 세종대왕은 한 권의 책을 1100번 읽었다고 한다. 책을 사랑함이 지극하셨으니 문리를 터득하고 사색하여 번득이는 창의성이 발달했음은 당연하지 아니한가?

학문을 숭상하고 학자를 아꼈으니 훌륭한 인재들이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는 토양이 비옥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니, 그들이 쏟은 씨앗이 싹트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새 학기를 준비하며 조상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찾아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로 들려줄 목적으로 <옛사람 59인의 공부 산책>/김건우/도원미디어/을 샀었다. 이 책에는 세종과 정조를 비롯해 학자들의 공부, 여성들의 공부, 중인과 평민들의 공부까지 기술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1100번 읽었다는 세종 임금의 학문 사랑과 책에 대한 애정은 사람의 경지를 능가한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다.

나는 가끔 공부를 싫어하거나 책을 소홀히 하는 아이들에게 비유로 말하길 즐겨 한다.

"얘들아, 밥이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왜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고민하며 먹는 사람 있니? 잠을 잘 때 왜 잠을 자야 하는 지 물어보고 이유를 안 다음에 잠을 자는 사람 있니? 그리고 화장실에 갈 때 왜 가야 하는 지 물어보고 가는 사람 있니?

그런데 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에는 이유가 많지? 공부하기 싫다, 책 읽기 싫다, 시험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하면서 갖가지 이유를 달지? 몸의 성장을 위해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정신과 마음의 성장을 위해서도 양식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개나 고양이에게 책을 읽게 하고 공부시키는 것을 봤니? 여러분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보다 특별히 공부하며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니?"

이렇게 공부를 하는 것은 살기 위해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1학년이라 하더라도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한 발 더 나아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를 설득할 때에도 즐겨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하루에 밥과 간식을 몇 번 먹는가를 물어보고 먹는 횟수만큼 공부도 하고 책을 읽으라고 한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공부하는 횟수와 책을 읽는 양도 같아야 한다고...

아이들은 모두 현명하다. 공부의 목적이나 도착점을 확실히 해 두면 기꺼이 달리기를 시작하곤 한다. 그리고 그러한 필요성을 수시로 확인시켜 주는 일은 부모와 님과 선생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1, 2학년 아이들도 새학기에는 공부하는 정도나 독서하는 수준을 높여줘야 한다. 글을 깨우쳤고 몸도 커졌으니 그만큼 정신도 살찌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소중한 자료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근거를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은 금방 수긍하고 이해한다. 공부하라고 말로 수십 번 하는 노력보다, 옛사람들이 공부한 기록을 눈으로 보여주며 설명해 준다면 조상들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고 본받는데 더욱 좋으리라.

공부할 때 차례를 지키라는 김종직, 극기 공부를 강조한 조광조, 자기만의 공부법을 터득하라는 서경덕, 공부란 몸에 배어야 마음 속에 간직된다고 한 이황, 글을 읽을 때 옛 사람의 마음을 보라고 한 기대승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공부란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라는 이이의 충고에 이르면 어른인 나도 부끄러워진다. 공부란 학교에서만 하는 걸로 아는 일이 많으니 말이다. 맹자의 자질도 안 배우면 범부라고 일갈하는 홍대용, 난리 났다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송시열의 추상같은 목소리에서는 찬 바람이 인다.

이 책에는 유명한 학자나 정치가의 공부 방법 뿐만 아니라, 지혜로웠던 여성들의 공부도 소개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우주 만물을 연구한 여성 성리학자 윤지당 임씨를 비롯하여 조정의 벼슬아치를 탓하는 오도일의 어머니 조씨의 서늘퍼런 목소리도 담겨 있다.

더 나아가 살이 썩는 줄도 모르고 글을 읽은 성재 고시언을 비롯해 책을 읽고 주역 이치를 깨달은 고두표와 같은 중인과 평민들의 공부도 다루고 있다.

그렇게 공부하는 일을 소중히 하고 스스로 이치를 깨닫는 공부를 중요하게 여겼기에 이순신 장군은 전쟁 중에도 병법서를 읽고 전쟁의 참화를 '난중일기'로 남기며 탁월한 전략으로 적을 섬멸할 수 있었으리라.

<옛사람 59인의 공부 산책>은 공부하는 학생이나 독서를 소홀히 해온 어른들이 읽어도 매우 좋은 책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책읽기만은 멈추지 않았던 옛사람들의 기록이 싱싱하게 살아있다.

읽은 책의 내용을 외웠다는 미암 유희춘의 여섯 가지 독서법을 소개하면,첫째, 부지런히 글을 읽을 것, 둘째, 잘 기억할 것, 셋째, 정밀히 생각할 것, 넷째 분명히 분별할 것, 다섯째, 잘 기술할 것, 여섯째, 독실히 행할 것을 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조상들의 위대한 선비 정신을 엿볼 수 있어서 참 종았고 그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내어서 청정한 소금처럼 마음을 구하고 자신을 구하는 책이라는 '요술지팡이'를 아이들에게 꼭 쥐어 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얼마나 위대한 조상을 두었는가를, 얼마나 열심히 공부한 선조들인가를 자랑스럽게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겨울방학은 역시 독서의 계절이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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