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생 제자들의 담임이 되면서

2006.01.18 20:09:00

겨울 방학 자칫 잘못하면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아이들의 생활 리듬이 깨어질 수가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있어 겨울 방학은 대학 입시 준비로 한눈을 팔 겨를이 없다. 특히 현재 고등학교 1학년(1989년생)인 학생들의 겨울 방학은 여느 해 방학보다 남다르기만 하다.

겨울 방학 보충수업이 시작된 지 2주일이 되어 간다.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등으로 아이들은 지쳐 가고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을 경청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교육 현실을 개탄해 본다. 아직까지 ‘1학년이라 괜찮을 텐데’ 아이들은 고3 못지않게 자못 진지하기만 하다.

문득 지난(2005년) 5월 달 서울 광화문에서 있었던 현행 내신등급제를 반대하며 자살한 학생들을 위한 추모 촛불집회가 생각난다. 1989년 생(生)인 1학년 아이들은 자신들을 저주받은 생(生)이라고 부르짖으며 내신등급제와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반대했었다. 이제 2학년으로 진급하는 그 아이들의 담임을 맡으면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된다.

보충수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새로운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요구사항도 많았으나 아이들 또한 나에게 요구사항이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요구사항 중 공통점은 대학진학과 성적에 관한 상담을 빨리 해달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자신이 갈 대학과 학과를 적어주면서 상담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담임을 맡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아이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지 않은 나에게 그 요구사항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2008학년도부터 달라지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나 또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간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런 준비와 정보도 없이 무작정 공부만 한다는 것이 불안한 모양이었다.

자율학습시간, 대부분의 아이들은 예전처럼 국어, 영어, 수학 등의 주요 과목을 위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아이들은 논술이나 심층면접과 관련된 참고 도서를 뒤적이며 해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히 나타났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듯 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선 2008학년도 대학입시의 특징과 내신의 중요성, 논술과 심층면접 등에 관한 내용을 최대한 분석하여 설명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 및 교육부에서 배부한 책자 등을 참고로 2008학년도 대학 입시에 관한 내용을 알아보기로 하고 아이들과 상담을 하기로 하였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1989년 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학교생활기록부,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별 고사 등 다양한 전형자료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가 있다. 그러나 2008학년도 대학별로 정확한 세부 전형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방향제시라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08학년도 달라지는 대입제도가 고입에 영향에 미친다는 사실이 이번 고입 전형에서도 나타났듯이 아이들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 보이는 것 같았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교육부의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교육 정책은 오히려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교육부는 좀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입시안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하여 발표함으로써 현재 일선학교에서 일고 있는 혼선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 현재 1학년(1989년생)인 고등학교 학생들이 저주받은 생(生)이 아니라 축복받은 생(生)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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