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임용고사 2차 시험에 평가 감독관으로 시험장에 간 일이 있었다. 몇 년 전에 필자 역시 이 시험을 통과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자못 수험생들의 긴장된 모습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새벽같이 차를 몰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수험생들이 추위에 떨며 2차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요즈음 교원 임용 시험은 1차와 2차 시험을 보게 되는데, 필기고사인 1차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2차시험에서 면접과 논술 그리고 수업 실연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합격자의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특히 1차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중에 몇 명만이 불합격하기 때문에 그 긴장도란 1차에 비해 더할 수밖에 없었다.
자못 긴장된 수험생들의 눈빛을 보니 애처롭기도 하고 한편으론 합격해야 겠다는 강인한 의지도 읽을 수 있었다. 다들 2차 수업 실기를 준비하느라 가져 온 자료들을 가지고 읽기도 하고 함께 온 이들 앞에서 수업 연습을 하느라고 열심히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수업시연을 하는 수험생들을 앞에 두고 자못 긴장된 자세로 평가에 들어가게 되었다. 심사위원이라는 자격으로 수험생들을 앞에서 그들을 평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수십명의 수험생들을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평가하게 되었다.
우연하게 점심 시간에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있었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교감 선생님, 그리고 평교사까지 두루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요즈음 교육 현장에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양한 층위에서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내가 여자 교장이지만, 요즘 일선 학교 생활지도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나날이 심화되어 가는 폭력뿐만 아니라, 때론 여선생님들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어려움 말이 아니예요.”
“맞습니다. 대부분 발령받아 오는 선생님들이 여선생님들이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 특히 생활지도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 수험생들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제가 보기엔 오전 수험생 중에서 남학생들은 기껏해야 한 두명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거 원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공부를 안 하는건지….”
여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교감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지적인 바로 일선 중․고등학교 현장에서의 남자 선생님들의 부족 현상을 들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 신규 임용되어 오는 경우는 대부분 여선생님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교사로의 희귀성이랄까,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자못 자긍심이(?) 생기기도 했다.
“서선생님은 어떻게 그 어려움 임용고사를 통과했습니까, 대단하십니다.”
“시험에 남자, 여자가 따로 있습니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죠.”
교감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빈말은 아니신 듯 했다.
“서선생님 시험 칠 때도 이렇게 여초 현상이 심했습니까?”
“예. 오늘처럼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우연한 자리에서 최근 임용되는 교원들의 여초 현상이 심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게 되었고, 특히 중․고등학교 일선 현장에서 생활지도나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런 의견들이 나오고 난 다음이라 자못 오후 시험에 남학생들이 몇 명이나 나올까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물론 남학생이라고 점수를 더 받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수업 실연이 계속되었지만, 오후에는 한 명의 남학생도 볼 수 없었고, 시험은 오후 늦게야 끝이 났다.
“참, 이런….”
“아니 어찌 남학생이 한 명도 없네.”
“그러게 말입니다. 어찌 몇 십 명 중에 한 명의 남학생도 없는지….”
감독을 마치고 나온 선생님들의 입에서 남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것에 놀라면서 한 마디 씩 다들 하시는 것이었다.
평가와 관련된 나머지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교육현장의 여초 현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물론 여자 선생님들이 남자 선생님들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일정 부분 남자 선생님과 여자 선생님이 고르게 배정되어 있어야 특정 부분에서 보다 나은 교육적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날로 심화되어 되어 가는 교육현장의 여초 현상을 단순히 민주주 국가의 직업 선택의 자유로만 바라본다면 이는 분명 우리 교육현장의 일정 부분의 문제를 방치하는 일이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