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화두는 '복 많이 지읍시다'로

2006.01.21 21:01:00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20일이 지났습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 첫날의 순간을 다짐하던 일들도 잊혀진 지 몇 해가 가고 언제부터인지 새해가 주는 감동이나 설렘보다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새해가 되었어도 진실 공방에 휩싸여 진실과 사실 사이에서 조작과 갈등, 자성과 발전의 목소리들에게 연일 귀를 시끄럽게 열어 둔 탓에 영혼이 맑지 못했습니다.

엄밀히 따진다면 성장과 발전, 과정보다는 결과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보이는 가치에 몰입하며 느림의 미학을 소홀히 해 온 우리 교육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다 남의 탓만 하는 논리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으니 언제든지 재발할 수밖에 없음을 깊이 인식하고 이제부터라도 도덕교육을, 진실과 성실로 돌아가는 일에 우리 사회의 정신적 어른들이 선생님들이, 어버이들이 나서야 함을 생각합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외침으로 시달림을 받으며 이제야 겨우 가난을 면하고 자존감을 찾는 일에 너무 서두른 탓이며, 빨리빨리 성과를 요구하는 익숙한 삶의 습관이 가치 혼란까지 잉태했던 결과였음을 아프게 시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불이 났는데 가족들이 서로 잘못했다고 싸움질하기보다는 먼저 불부터 끄고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을 막고 화재보험까지 들어둔다면 더 좋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 속에는 양면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한 쪽 면만을 고집스럽게 보려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 24시간을 허락하는 저 태양도 밤과 낮의 두 면을 우리들에게 선사하는 것만 보아도 삶을 보는 자세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밝음을 지향하되 어두움의 시간을 간과하지 않고 침잠하여 어두움 속에서조차 의미를 찾아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묵언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밤이 가르칩니다.

저는 2006년,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확신합니다. 개인이건 가정이건 단체이건 간에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 곳에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상처가 종기가 되어 곪았다면 과감히 수술하여 새살이 돋을 수 있도록 아픔을 내놓아 맑은 공기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싸매둔 채로는 상처가 아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보는 우리들의 자세가 긍정적이고 발전적이라면 패배의식에 휩싸여서 서로를 물고 뜯는 조선 시대의 당쟁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흑백 논리 밖에 없는 논리를 딛고 서서 대화와 타협으로 다같이 상생하는 길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자정 능력을 보이고 투명성이 사회적 윤리로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 수 있을만큼 자양분이 풍부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뿌리내릴 수 있는 힘을 비축해 둔 것도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현대파 신문고 역할을 해내고 있는 누리꾼들의 목소리도 다수의 언론에 함몰되지 않도록 조명해 주는 낮은 자세를 견지하는 일도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쪽을 원수처럼 백안시 하는 풍토는 결코 발전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다른 사람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여러 개의 귀를 지녀야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천천히 시각을 바꿔보면 내 생각이나 사상만이 진실이거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이전의 진리관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이었다면 현대의 진리관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가난과 배고픈 시절에 배운 절대적 사회 윤리가 가난극복이라는 물리적 만족이었다면 지금은 자존의 욕구가 더 앞자리에 앉아서 자아를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대열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울분을 못이겨 다수를 향해 던지는 돌팔매를 '방화'라는 이름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아픈 현실입니다. 어렸을 때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철저히 불장난 방지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이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처럼 불을 저질러서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모습은 다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에서는 바깥 풍경조차 음미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초고속으로 달려오느라 놓치고 챙겨주지 못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발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상처를 추스리는데 시간과 배려가 얼마나 많이 필요할 지 모릅니다. 적군이 추격해와도 백성들을 다 챙기며 피난을 가던 삼국지의 '유비'보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던 '조조'의 모습을 발전하는 모습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부추기고 만 것입니다. 우리는 가난이 지겹지만 조금 천천히 걸어오더라도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을 뿌리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전력달리기를 하며 혼자만 일등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초등학교 운동회의 달리기에서 한 번도 3등 안에 들어본 적이 없어서 체육과목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운동회의 즐거움이 많았을텐데도 1등 한번 못해 본 것만 기억이 나는 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운동회가 청백으로 나뉘어 이기고 지는 경쟁의 논리가 팽배한 운동회를 싫어합니다. 같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을 위한 경쟁과 함께 사는 협동심과 나눔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하고 몸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 고 한 사마천의 말을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교육, 감사하는 삶과 감동이 있는 삶의 모습을 찾아야 함을 깊이 생각합니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서 몸치장에 드는 비용의 1/100도 책값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통계는 마음을 가꾸지 않고 살아가는 슬픈 모습을 비춰줍니다. 마음이 빈곤하여 좌절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이 그렇게 책속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키우는 힘을 찾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발전이라는 낮시간 속에 함몰된 채, 기다림과 성숙의 밤시간조차 휴식하지 못하고 달려온 탓에 생체리듬을 잊은 사람들은 자신이 달려가는 길을 점검할 생각도 그럴 시간도 잊기 마련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람은 '놀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일만이 최고이며 지위와 명예가 지상 목표인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은 숨이 막힙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웃을 줄 모르며 감동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일은 칭찬이나 감탄사를 아예 잊고 산다는 사실입니다.

밖에서 뭐라고 하든지간에 우리 교육계는 2006년을 '자성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한 사람의 책임으로 몰기에는 교육의 책임이 크기때문입니다.일류대학 병에 든 교육, 교육과정은 바뀌었어도 인재를 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갈 길이 참 멀어보이는 교육입니다. 교육은 오랜 기다림의 나무에 열리는 열매라고 전제할 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상적인 문제는 결국 본질에 다가서는 원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설날 아침부터 연말까지 '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보다는 '복을 많이 지읍시다'라고 주체적이고 책임있는 덕담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어버이와 자식들이, 직장에서 사회에서 넘쳐나서 자기 스스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 그저 받으려는 마음만으로는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바라는 무책임함이 풍기기 때문입니다.

환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듯, 힘들때 일수록 자신에게소리쳐 봅시다. '복을 많이 짓자고!' 세상이 의미있는 것은 내가 있기 때문이라고. 돌아오는 설남의 화두는 '복 많이 지읍시다'로

2006년 설날 아침부터 연말까지 '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보다는 '복을 많이 지읍시다'라고 주체적이고 책임있는 덕담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들끼리, 스승과 제자 사이에, 관리자와 선생님들까지도. 복은 자신이 하기에 따라 돌아오는 과정의 산물이니 그저 받으려는 마음만으로는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바라는 무책임함이 풍기기 때문입니다.

2006년, 학교와 교실에서는 '복 많이 지읍시다'를 실천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칭찬바이러스를 옮깁시다. 우리 한교닷컴의 독자님! 리포터님! 운영진님! 복 많이 지읍시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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