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훈이 가지는 의미

2006.02.01 11:45:00

구정을 보내고 인천으로 귀가하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차를 마시면서 두리번 하던 차에 안목에 들어온 것은 “가훈을 무료로 써 줍니다”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스님이 한지를 펴 놓고 여러 한자 성어를 쉼터의 귀성객에게 정성껏 써 주고 있었다.

마침 학교 면학실에 학생들의 마음에 강한 학습 동기를 불어 넣을 글귀가 생각나 “거안사위(居安思危)” “장자불와(長坐不臥)”를 청했다.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거사의 붓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현재를 태평스럽게만 살아가면 먼 훗날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는 헤쳐나기 어렵다는 거안사위와 오래 앉아 있기 위해서 눕지 않는다는 열반에 드신 성철 스님의 좌우명 장좌불와는 학업에 정진하고자 하는 이에게 큰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휴게소를 나왔다.

고등학교 3학년! 이들에게 진학의 새로운 각오를 불러일으킬 마음의 촉진제는 하나의 물질적인 선물보다도 영적인 감흥을 일으킬 “거안사위(居安思危)” “장자불와(長坐不臥)”를 주고 싶었다. 성철 스님의 성전을 방문했을 때 느낀 그 평범한 좌우명은 학업에 정진하는 자에게는 마음에 새겨야 할 정신적인 지주라고 느꼈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의 그 순수성은 현대 물질 문명의 세속화에 계속 희석되어 감에 따라 기성세대의 신세대에 대한 근심은 더욱 깊어 가고 있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라는 미명 아래 오로지 좋은 입시 성적을 산출해 내는 데 온갖 열정을 쏟다 보니, 자연히 인성 교육은 뒷전에 머무르고 마는 형상마저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공부다운 공부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학습을 하는 데도 자기 나름 대로다. 7차 교육 과정에서 내세우는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면 오죽 좋겠느냐 만은 그것도 아닌 자신들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규율 없는 공부를 원한다. 이들에게 자신이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좌우명이 무엇인가에 질문해 보면 각 반에 제대로 대답을 하는 학생들은 드물다. 각 반에도 급훈이 있어 그 급훈을 담임이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내면에 그 의식의 자리매김을 간절하게 주입시키고, 그에 따라 자신의 좌우명을 설정하도록 훈화를 한다면 학생들에게 지(知)와 의(義)를 겸하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가훈과 급훈 그리고 교훈! 그것은 가정과 학급 그리고 학교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갈 목적으로 설정해 놓은 셈이다. 학습을 통해 학급의 성적을 올리고 각각의 학생들의 인성을 바람직하게 이끌어 가는 데는 담임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학급에 급훈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학생들의 내면에 자신의 좌우명을 지니고 학습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오늘날 학생들의 학업과 생활 지도는 전문적인 이론과 체험을 바탕으로 신세대를 지도하고 가르쳐야 학생들에게 효율적인 교육이 되지 않을까? 사랑으로 가르치고 칭찬하는 마음으로 지도하는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한 지금의 학생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교사들의 사랑과 자애로움이 신세대에게 전해줄 마음의 여유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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