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시범학교'인가?

2006.02.22 11:24:00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즈음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나 일선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각종 시범학교나 연구학교 희망 신청서를 내게 된다. 여러 가지 교육적인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그 교육적 효과나 타당성을 실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성을 띤다.

교육부나 일선 교육청은 교육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될 수 있거나 혹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여러 가지 교육 문제를 선정해 일선 학교들에 배당해 시범적으로 운영토록 하거나 혹은 일정 기간 연구를 통해 그 성과물을 점검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범학교 편성 체계는 일선 학교들이 학생들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서 먼저 대입해 보고, 사례물들을 통해 교육적인 효과나 수준을 따져 본다는 데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에 그 진의가 문제가 되고 있는 ‘방과 후 교육’도 교육부가 전국의 몇몇 학교를 지정해서 그 교육적 효과의 문제가 대해 사전 검토 작업을 이미 끝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이런 사전 작업을 통해 그 교육적인 효과의 실효성을 검토하는 것이 바로 시범학교가 가지는 중요한 의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교육적 의도를 가진 시범학교가 자칫 교사들의 승진 점수 따기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서 그 본질이 엇나가는 경우가 있기에 문제가 되고 있다.

점수따는 수단이 아니다!

시범학교 점수는 승진을 하는 데 있어 반드시 확보해야하는 점수이기 때문에 시범학교를 서로 가져오려고 일선학교끼리 심한 경쟁까지 붙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시범학교로 지정되는 학교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경쟁이 더 나은 교육적 효과를 나을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시범학교를 따오기 위해 벌어지는 여러 가지 비교육적인 상황들이 벌어지기에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시범학교 점수가 모자라 승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시범학교 운영은 정말로 승진을 하는데 가장 요긴한 점수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몇몇 승진자들이 특정 점수가 필요해서 시범학교가 운영되는 경우에 원하지도 않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부득불 시범학교 운영에 참가해 애를 써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생긴다. 특히 승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선생님들이 강제적으로 시범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생긴다.

일년 혹은 그 이상 운영되는 시범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진정 승진 점수를 필요로 하는 선생님들 외에는 선 듯 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로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운영에 참가하려 하지 않는 것이 일선 학교의 분위기이다.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승진자들을 위한 것인가?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점은 과연 이런 시범학교 운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의 문제이다. 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에서는 학생들로부터 여러 가지 교육적인 결과물들을 요구받는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범학교를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은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시범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교사들은 그런 학생들의 활동의 결과물을 취합해서 운영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이 과정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교사들과 학생들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붓게 된다.

이런 일들이 단순히 아이들과 담당 교사들에게 교육적으로 여러 가지 이로움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요식행위나 일회성 보여 주기식의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적인 효과나 타당성에 있어서 양질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시범학교 운영에 부득이하게 참가할 수밖에 없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현존의 시범학교 운영 체제는 대부분 단기적인 안목 하에 1,2년 정도 실시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1,2년 정도의 시간으로 시범학교의 운영을 통해 교육적인 성과를 얻어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수많은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피해를 감수시키면서 이와 같은 시범학교 운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범학교 운영이 승진자들을 위한 점수 따기의 편법으로 운영되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범학교 운영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일선학교의 교육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시범학교 운영이 제대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시범학교 운영이 단기간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승진이나 이동 점수에 포함시키기 보다는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다른 연구 활동이나 경력 등에 포함시켜 보다 더 교육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단순 일회식 시범학교 운영은 많은 학생들과 일반 교사들에게 짐만 될 뿐이지, 진정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체제이다. 또한 승진점수에 직접적으로 반영됨으로써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시범학교 운영에 뛰어드는 경우의 비교육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폐해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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