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감이 살아있는 졸업식

2006.02.22 14:36:00


세월이 흘러 졸업식의 모습도 다양하고 풍경도 달라졌지만 아직도 시골 초등학교에는 옛모습이 남아 있었습니다. 본교와 분교를 합하여 16명을 배출하는 우리 학교의 졸업식. 깔끔하게 자려진 단상, 지역의 중요한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근엄한 분위기에서 치러진졸업식 풍경은 여느 해와 다를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송사가 낭독되는 동안 내내 울음을 참지 못하던 졸업생 중에서 답사를 하기로 한 아이가 답사의 시작을 눈물로 시작하는 순간. 졸업생들도, 참석한 선생님들도, 학부모님도 눈물을 찍어내며 제발 끝까지 답사를 이어주기를 바랐답니다. 사전에 낭송 지도를 받으며 발음과 억양,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며 진지하게 역할을 수행하던 소녀가 처음 맞는 졸업식에서 감정에 북받쳐 거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쏟아내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오늘이 있기까지 뒷바라지한 부모님의 사랑과 선생님의 노고, 아끼는 후배들의 덕담과 이별의 송사 앞에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눈물로 대신한 답사의 풍경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저 혼자만의 감상이 아니었습니다. 참석한 내빈들도, 학부모님들도 유려하게 읽어 내려간 어느 답사보다도 더 진한 감동을 가슴에 안았던 졸업식이었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정감이 살아 있는 시골 학교이기에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날이 줄어드는 시골 학생과 졸업생. 그러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한 명의 아이라도 빼앗기지 않고 학교를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 하여 학부모를 설득시켜 지역학교를 보내기 위해 쏟았던 땀의 결실이기도 했습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농촌의 문화가 사라지고 지역의 구심점을 잃는다는 것을, 이제는 학부모님들도 인정하고 지역의 인사들도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모든 지역인사들과 학부모들이 자리를 같이하여 한 마음으로 축하를 보내고 장학금을 수여하는 뜻까지 보탰던 졸업식.

우리 졸업생들이 졸업식날 흘린 눈물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고 열심히 살아가는 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빌었습니다. 졸업의 문을 나서며 남긴 그들의 다짐이 시간의 축적만큼 차곡차곡 쌓여서 큰 나무의 씨앗이 되기를 바랍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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