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교사에 부침

2006.03.21 15:24:00

저는 20년 전. 시골 남자 중학교의 유고된 교사의 자리에 부임했습니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남향을 향하고 있는 3층으로 지어진 흰색 교사(校舍)는 더욱 희게 보였으며, 창문마다에는 24살 처녀 선생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새까만 교복에 하얀 이를 드러낸 까까머리 중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설렘이란! 그냥 입가에 미소가 돌았습니다.

교장실에 앉아 남학교에 부임한 햇병아리 처녀 선생님에 대한 걱정스런 당부의 말씀을 듣는 와중에도 교장실 창문에는 마치 두더지 튀어 오르듯 까만 밤송이 까까머리들이 뛰어올랐습니다. 교무실에서 간단한 인사를 마치자마자 교무 부장님께서 수업에 들여 보냈습니다. 전보발령지 하나에 짐을 싸서 학교를 옮겨 다녀야 하고 자신의 대해서는 철저히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공직이라는 것이 이렇게 냉정함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첫 월급을 받던 날 기대와 설렘이 있었지만 서무실(행정실)에서 돈 가져가라는 말 할 때까지 기다려 타 온 돈은 일한 것보다는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현금으로 월급을 주었으며, 지금 초임 급여에 비해서는 정말 작은 돈 이였고, 주당 수업시간이 27시간이었습니다. 22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순수함과 열정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많이 퇴색되었고, 월급만 축내는 교사는 아닌가 생각해 보며, 초임 교사들에게 이야기 들려 줄 만큼 나 자신은 잘 해 왔는가 하는 반성도 해 봅니다.

새내기 선생님들에게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교사 초년 시절 지금은 교장 선생님이신 저희 외삼촌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학교 사회란 같은 평교사라도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가 있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은 평교사들에 대한 예의를 깍듯하게 하거라. 그리고 그 분 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어려운 시절 박봉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교단을 지키신 분들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교직 사회는 보이지 않는 도덕심을 늘 가슴에 품고 행동해야 합니다. 잠재적 교육과정을 논하지 않더라도 교사의 이러한 태도가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에게 여러분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주는 학교 문화를 만드십시오. 현대 사회는 서열 파괴 사회라고 하지만 연배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의 파괴는 아님을 명심하십시오. 아울러 다음 몇 가지 당부를 드립니다.

첫째, 다시 공부하십시오. 자신의 전공만 알아서는 안 됩니다. 모든 교육 분야에 교사는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고 연구하십시오. 다변화하는 시대 다양한 학생들을 대하자면 여러 방면에 다양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기지고 독서를 많이 해야 합니다.

둘째, 즐겁게 수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십시오. 이 시대는 교사를 하기가 매우 힘든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열정만 가지고도 되지 않을 때가 있어서 고민하는 초임 교사가 있습니다. 어쩌면 교사는 때로는 마술사가 되고, 때로는 개그맨이 되어야 할 때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선배 교사는 출근길에서 항상 “오늘은 무슨 이야기로 학생들을 놀라게 해 주나”를 생각하며 온다고 합니다. 항상 학생들에게 즐거운 수업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셋째, 학생의 흥미와 관심을 파악하여 그것에 맞추는 교사가 되십시오. 수업 내용은 아이들 현재의 삶에서 찾으며, 아이들에게 맞는 용어로 수업을 이끄십시오. 아이들의 삶을 존중해 주고 또 그것을 진솔하게 표현하게 하면 아이들은 다양하게 자신을 들어내며, 교사는 그것을 통해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생각, 가치관, 상상력, 놀이 문화, 유행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세계를 읽음에서 교수 학습과 생활 지도의 출발점이 됩니다.

넷째, 새로운 교수․학습 기기와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십시오.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무조건 새로운 학습 방법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교과와 단원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십시오.

다섯째, 학교 환경에 따라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달리하여 연구하여야 합니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전근을 가야 합니다. 자신이 속한 학교와 지역 사회의 환경(도시, 농․어촌, 남녀공학, 중․고 병설)을 빨리 파악하시고 그 환경에 따른 교수․학습 지도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합니다.

여섯째, 지역 사회의 자료와 재료를 적극 활용하십시오. 사람이란 환경에 적응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자기 주변의 사람이나 사물, 공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분위기까지도 익숙해집니다.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잘 활용하십시오.

일곱째, 맡은 업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마십시오. 세상이 자로 젠 듯이 공평하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이겠습니까? 젊은 날 싱싱한 두 팔과 다리로 열심히 달리십시오. 초임 시절의 열정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먼 훗날 돌아보면 그립고 아름다운 시절이 될 것입니다.

여덟째, 학생에게 자기변호의 기회를 주십시오. 아무리 학생이 잘못하여 화가 나더라도 한 발짝 물러서서 냉정하게 잘못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변론에 대한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학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아홉째, 학생이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다가가십시오. 학생 편 교사 편, 어른 편 아이들 편, 부자 편 가난한자 편 등 요즈음 세상은 편 가르는 것이 유행인 사회 같습니다. 자신의 편이 아닌 것에 대한 마음의 문은 철통같이 잠그고 있습니다. 학생의 생활 지도 부분이 그래도 학교의 존재 가치에 대한 후한 점수를 주는 부분입니다. 순수한 열정만으로 아무리 가슴으로 안으려 해도 절대로 다가서지 않습니다. 그것이 많은 교사의 힘을 빼게 하고 허탈하게 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열 번째, 교사의 권리를 운운하며 학생을 목줄을 잡지 마십시오.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교사의 유형 중에 편견을 가진 교사와 교사의 고유 권한을 이용하여 학생들을 꼼짝 못하게 하려는 교사입니다. 특히 수행 평가 같은 부분이 그러하므로 유의하시고, 객관적인 평가로 학생의 신뢰를 얻으십시오. 또한 교사의 실수로 학생에게 불이익이 가는 행동은 절대로 없어야 하며, 교사 또한 자신을 돌아보며, 항상 자기 자신을 평가해 보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열한 번째, 늘 새롭게 깨어 있는 교사가 되십시오. 어제가 오늘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늘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보며, 새롭게 생각하고 늘 살아 있는 사고로 학생을 대하고 수업을 연구하십시오. 그러면 매일매일 새날이 될 것입니다.

열두 번째, 도덕적인 사람이 되십시오. 아무리 빨리 세상이 변해도 교사에 대한 도덕적인 잣대는 보수적입니다. 그것은 사람을 가르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치고 힘들 때 자신을 멀리서 돌아볼 수 있는 일탈의 취미를 만드십시오. 여행가가 되어 보고, 사진작가가 되어 보고, 음악에 취해보고, 스킨스쿠버에 도전해 보십시오. 그것이 교사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윤활유가 될 것입니다.

점점 교사하기기 힘이 듭니다. 사회는 교사에게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하고, 맥 가이버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시켜야 합니다. 그러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의 전문가가 되고, 교육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위의 사항을 모두 잊어버리더라도 좋은 교사가 되려면 두 가지만은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는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하며, 하나는 자기가 가르치는 교과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연구의 자세입니다. 학생의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은 진부한 말이지만 가장 유념해야 할 말입니다.
서인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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