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이 아니라 '희망'이다

2006.03.08 16:19:00

대통령의 교육관이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내도 아닌 외국에서 교민들을 대상으로 교원들을 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표현했다니 소가 들어도 혀를 찰 노릇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외로움을 견디며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교포들에게 고국땅에서 받은 선생님의 가르침이야말로 이국땅에서 겪어야할 온갖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교육의 힘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었다. 물적 자원이 전무한 나라, 전 국민의 90%이상이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위 권의 무역 대국으로 성장하게된 비결이 무엇인가? 정치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인가? 기업가들의 선진 마인드 덕분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배워야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국민들의 활화산같은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교육열에 불을 지핀 사람들이 누구인가? 박봉을 쪼개가며 2세 교육에 헌신했던 사람들, 그들이 바로 선생님이다.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자. 세계 최고라는 교육열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이 앞장서서 이끌고 또 자신을 아끼지 않는 희생을 감수했기에 가능했다. 그런 선생님들의 헌신을 알고 있기에 적어도 기성 세대만큼은 아직도 스승 존경의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교포들 앞에서 선생님들을 사회 변화에 가장 강력히 저항하는 집단이라고 물아 부쳤다니 이 보다 가슴 아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했다. 말하자면 인간을 가르치는 교육은 그 영향력을 고려하여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시대적 흐름이 급박하더라도 한 나라의 교육 정책은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 서두르면 졸족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교육은 명령만 내리면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여타의 조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고작 5년의 임기에 불과한 대통령이 이 기간 동안 교육을 뜯어고치겠다고 작심한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닌가.

밀어부치기 식으로 진행중인 교사평가제도 그렇다. 시대적 흐름이 바뀌듯, 교사의 의식도 변하는 것은 맞다. 또한 오늘날 공교육의 위기 상황도 교사들에게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이 반드시 교사에 있고, 그 대안이 교사평가제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실력을 갖춘 교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에는 찬성하지만 그것이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동료 교사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면 어떤 교사가 소신을 갖고 교육활동에 임하겠는가. 그래서 좀더 시간을 갖고 다수의 교사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교사는 '동네북'이 아니다. 또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바꿔말하면 교사만큼은 사회적인 존경과 신뢰의 대상으로 남아야지,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함부로 재단하거나 칼을 들이대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감정의 변화가 심한 아이들은 교사의 애정을 먹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 그래서 교사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교과지도보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이다. 마찬가지로 교사도 사람인 이상,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책에는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대통령은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을 대상으로 그 직(職)을 내놓은 바 있다. 오죽 속이 상했으면 그럴까하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교사는 속이 상해도 그럴 수 없다. 맑고 순수한 눈으로 선생님만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도 교단만큼은 지켜야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또한 국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내준 자격증에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말고 참고 이겨내서 이 나라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라는 뜻도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교육관부터 변해야 한다. 교사를 개혁의 동반자로 삼는 것까지는 좋으나 사기를 떨어트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노대통령이 교민들에게 '자원이 빈약한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교육이 희망이고, 그 희망은 선생님들로부터 나온다'고 얘기했다면 어떨까. 선생님들이 희망이라고 하는데 변하지 않을 교사가 누가 있겠는가.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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