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아침 풍경, 참 아름다워요

2006.03.28 16:12:00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00야, 안녕? 아침밥은 먹고 왔니?"
"00야, 할머니는 잘 계시니?"

우리 학교 교문 앞에서 아침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랍니다. 아이들보다 먼저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아주시며 깊은 인사까지 나누는 분은 우리 학교 최수성 교장 선생님이십니다. 이 낯선 풍경, 흔하지 않은 모습은 첫 출근하던 날 내 가슴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 장면이랍니다.

몇 년 전 아들이 사레지오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 앞에서 수사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모습을 보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으며 3년 동안 학부모로서 아들의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도 믿고 보낼 확신이 들게 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의 주인이니 마음을 다해 최선의 마음가짐으로 가르치겠노라는 마음의 표현이니 참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도 인간 관계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할 때, 이성보다는 감성의 힘이 더 중요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학부모님들과 불편한 관계의 출발도 래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나 오해에서 비롯됨을 생각하면 가르침보다 앞서야 할 전제 조건이 원만한 인간 관계일 것입니다. 하루 이틀 어쩌다 한 번 하는 일회성 인사치레가 아니라 연중 행사이니 추운 날씨에 빨개진 코로 눈웃음을 보내며 아이들을 맞는 풍경은 아무리 봐도 따스합니다.

문제는 나였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차량으로 출근하는 저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시는데 차를 모는 상태에서 인사를 받는 황송함 때문에 교장 선생님보다 얼른 출근해서 그 민망함을 덜고 싶은데 번번히 그러지를 못하는 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일찍 출근하라는 말씀은 없지만 은근한 압력(?)이 되어 출근 시간을 8시로 작정하여 노력하고 있답니다.

마음을 비우고 아이들을 마음에 담지 않으면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니 그 따스함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져서 우리 학교 아이들은 활달하고 밝습니다. 때로는 선생님들과 너무 친하거나 격의가 없이 지내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그 마음의 발로는 지극히 교육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교생의 이름을 불러주는 교장 선생님! 외국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제일 먼저 출근하셔서 학교 문을 열어주고 담임 선생님이 계시지 않은 교실에는 아이들을 들여 보내지 않고 교장 선생님이 챙긴다고 합니다. 퇴청할 때에도 마지막으로 학교를 관리하는 분이 교장 선생님이어서 '키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며 그렇게 매사에 고생이 많으셔서 봉급도 많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학교를 관리하는 '사장' 의 임무를 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우리 학교에 온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지만 몇 달쯤 산 것 같은 친숙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최고 관리자가 보여주는 따스함과 배려때문입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그 학교의 풍토와 분위기에 '길들여짐'에 이르기까지는 마음 고생, 몸 고생이 심한 학년 초. 자잘한 안전사고와 불협화음이 가장 많이 들리는 시기도 3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교 관리자인 교장 선생님이 열린 사고와 행동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을 가족처럼 따뜻이 맞아주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의 벽을 허물게 합니다.

옛부터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진정한 인사란 바로 마음이 전달되는 따스함임을 생각한다면 이처럼 학교의 모습도 아이들 위에 군림하거나 권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몸을 낮추어 아이들 속으로 내려가 아이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작지만 큰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집에서 꾸지람을 듣고 학교에 온 아이도 웃으며 맞아주시는 교장 선생님이나 담임 선생님의 훈훈함을 대하면 우울한 기분을 날리게 되어 밝은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학년 초에 아이들을 잡지 않으면 일년 내내 아이들에게 휘둘린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 위험성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봄꽃들이 훈풍에 피어나고 헤어지고 난 뒤에 남는 것도 결국은 인간관계 뿐이라고 생각할 때, 할수만 있다면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4월의 훈풍처럼 따스한 교육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 학교의 아침 풍경을 사랑합니다. 다산의 목민 정신이 숨쉬는 강진 땅, 영랑의 시심이 솔솔 풍기는 인정의 땅 강진, 고려 청자의 맥을 잇는 이 고장의 자손들이 너른 대양의 기운을 받아 비상하는 그날을 꿈꿉니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많이 잡듯, 부지런한 관리자를 만나 그 보폭을 따라 가려고 몸부림하는 우리 선생님들의 열정이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도 통하리라 확신합니다.

아이들이 주인인 학교, 아이들을 소중히 하는 학교,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교육이야말로 고객 감동, 고객 만족을 지향하는 진정한 학교의 모습이 아닐까요?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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