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 각급 학교에서는 학급 및 학교의 어린이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 시기다. 중앙일보의 ‘초등생 반장 선거 어른 선거 뺨쳐요’에 의하면 백화점의 문화센터서 연설 지도를 받고, 선거 전에 식당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가짜 생일파티를 열어 표심을 모으고, 선거 대행업체에 연설원고와 포스터를 맡기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더구나 수강료가 5회에 15만원이나 되는 백화점의 문화센터 강좌에 신청자가 몰려 다 받지 못했고, 3분짜리 선거 연설문이 7만원ㆍ포스터 1장에 5만원씩 받는 선거대행업체까지 생겼다는 소식에 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서 할말을 잃는다.
이 정도로 과열되었다면 학교에서 선거 벽보를 본인이 직접 제작하게 하고, 선거 기간에 생일 초대를 못하게 한들 지켜질리 없다. 그렇다면 누가 선거를 과열로 몰아가는가? 학부모들의 극성이다. 교육현장에서 보면 회장 등 어린이 임원에 관심을 두는 어린이들이 극소수다. 사실 학급회장이나 부회장, 전교어린이 회장이나 부회장이 하는 일을 보면 그렇게 과열될 이유가 없다.
회장이라야 학급회의 진행하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하거나 끝나면서 인사를 할 때의 ‘차렷, 경례’는 물론 책 읽는 것도 번호대로 시킨다. 심부름도 특정 어린이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골고루 시킨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학부모들이 회장선거에 목을 맬까?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다. 즉 자식을 회장으로 당선시켜 회장엄마로서 거들먹거리고 싶은 욕심이다.
아직 사리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아이들이니 회장 선거에 돈을 투자하며 과열을 부추기는 학부모의 자녀들을 당선시킬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당선된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친구들에게 불신 받는다. 그렇게 당선된 학부모의 쓸데없는 간섭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다른 학부모들의 질시를 받는다. 표현을 못할 뿐 선생님들에게도 그런 학부모는 경계의 대상이다.
평등, 비밀, 보통, 직접선거라는 민주선거의 4대원칙 때문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초등학교부터 어린이 임원을 선거로 선출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참 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런데 초등학교 선거에서 돈이면 다 된다는, 즉 기성세대에서나 있을법한 일들이 벌어져서야 되겠는가?
내가 근무하는 면소재지 학교에서 보면 그런 일들이 먼 나라의 얘기다. 하지만 나쁜 일을 더 빨리 받아들이기도 하니 일부가 전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래도 아직은 자식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부모들이 많아 다행이다.
어떻든 회장이나 부회장은 묵묵히 자기 할일을 다하는 참 봉사자여야 한다. 이번 3월에는 각급 학교에서 그런 어린이들이 회장이나 부회장으로 많이 당선되길 바란다. 그게 바로 어릴 때부터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참 봉사자가 어린이회 임원으로 선출되도록 교육하는 것은 우리 선생님들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