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육인적 자원부 주관의 방과 후 시범학교 워크숍에 참가하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학교에서 방과 후 시범학교 업무를 맡고, 그것에 대한 연수를 받느라고 먼 길을 나서게 되었다. 한국 교원대에서 열린 워크숍에는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교육인적 자원부 관계자는 방과 후 학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중점적인 사업의 하나로 육성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방과 후 학교를 맡고 있는 담당자는 방과 후 학교가 사교육비의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확실한 대안이나 되듯이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교육현장을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구나 싶어 쓸쓸하기까지 했다.
‘방과 후 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방과 후 학교는 정규교과 시간 이외의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권의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현장에서 방과 후라면 정규수업이 끝나는 늦은 오후 시간이 된다. 이런 시간을 재차 학교 현장으로 끌어들여 학생들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방과 후에 학원으로 혹은 과외를 받으러 가는 수많은 아이들을 학교 현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사교육비를 줄어들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정규교과 수업이 끝난 학교에 재차 아이들이 남아서 또 다른 학습을 한다는 것은 학교현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방과 후 학교 근본적으로 수익자 부담이라는 점이다. 학습자들이 학교 현장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이 주어지되, 그것은 무료나 싼 값으로 대여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정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점이다. 과연 학교 현장에서 이런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방과 후까지 잡아 놓을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일말의 회의감만 들 뿐이다.
교사는 만능이어야 하나!
방과 후 교육은 기본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습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고 그로부터 사교육비를 점차 줄여나가자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경비나 강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강사를 어디에서 구해 온단 말인가. 교육인적 자원부 담당부서에서는 다양한 시간제 강사를 대학교나 일부 학원, 그리고 사설 교습소 등에서 구해 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하지만, 싼 강사료에 어느 누가 학교 현장의 시간제 강사로 선 듯 올 수 있겠는가.
이는 특기적성 교육에서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교과 관련 영역은 제외하더라도 일부 영역에 특기가 있어야만 가르칠 수 있는 특기적성 분야는 강사를 구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뿐만 아니라 비싼 강사료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와 기호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강사를 초빙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일부 교사들은 부득이하게 방과 후 교육의 특기적성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맡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거 원 교사가 만능도 아니고, 모든 분야를 교사에게 다 넘기려고 하니….”
“맞아요,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 들이려는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방과 후에 학교에 남아서 아이들을 잡아 놓고 다시 무슨 교육을 하라는 건지….”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무조건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부터 바꾸려는 시도를 해야 할 텐데.”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방과 후 교육의 또 다른 폐해를 걱정하면서도 내심 교육부의 잘못되어 가고 있는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방과 후 시범학교 담당자로서 느끼는 고충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학교가 방과 후 시범학교로 지정되었다. 본교도 본의 아니게 교육청 지정학교로 지정되어 2006년 한 해 동안 방과 후 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젊다는 이유로 시범학교 업무를 맡으면서 이래저래 걱정만 늘어갔다.
“서선생, 너무 걱정하지마. 시간되면 다 해결된 건데. 사서 걱정하지마.”
“선생님, 요즈음 오직 어떻게 하면 방과 후 교육이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없어요.”
“담당자로서 수고가 많아. 너무 잘하려고 하지만. 방과 후 학교가 서 선생 혼자 애쓴다고 잘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 괜한 걸 해 가지고 젊은 사람 고생만 시키네….”
무엇보다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을 맡아 줄 강사에서부터,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하려는 학생까지 이만저만 고충이 아니다. 설사 방과 후 학교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올 해 한해 가식적인 운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방과 후 학교가 예전에 실시된 보충수업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자꾸만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 방과 후 학교가 가지는 문제점만큼이나 머리가 아프고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