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아는 삼세번의 룰

2006.03.20 08:22:00

사상 첫 야구 월드컵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주최국 미국은 자기 팀에게 유리하도록 대진표를 짰다. 상대하기 편하다고 생각한 한국, 일본, 멕시코를 자기네 조에 넣은 것은 물론 2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편성됐던 팀끼리 준결승전을 치르도록 했다.

어떤 종목이든 당연히 A조 1위와 B조 2위가 맞붙는 크로스 토너먼트로 경기를 하기에 미국의 오만에 분노했다. 일본전과 멕시코전에서 나온 오심을 보면서는 미국이 철저하게 만들어 놓은 음모 때문에 화가 났다. ‘죽 쒀서 개준다.’고 멕시코에게마저 패하며 우리가 만들어준 죽으로 일본대표팀을 기사회생시키는 모습에서 미국은 조롱거리였다.

오늘 온 국민은 물론 해외교포들의 관심 속에 열린 준결승전에서 일본에게 6:0으로 패해 도미니카와 함께 공동 3위에 머물러 아쉬움이 크다. 실력차가 크지 않고는 한 팀을 내리 세 번 이기기 어려운 게 스포츠다.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대진표를 짠 미국을 두고두고 원망할 것이다. 하필 미국의 희생양이 우리나라였고, 미국이 누리고자 했던 행운을 일본이 차지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처음 열리는 대회이기도 했지만 야구의 역사나 대표팀의 몸값으로 볼 때 처음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대표팀이나 코칭스태프는 최선을 다했다. 국민이 하나로 뭉쳐 열광하게 했던 대표팀이 자랑스럽다.

해외 언론에서 이번 대회를 ‘한국을 위한 잔치’로 기사화 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번 대회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2승1패로 승률이 높았고, 전체 성적에서 6승 1패로 가장 경기를 잘한 한국이 불운의 덫 때문에 비록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축제분위기에 젖은 일본에는 ‘세 번째가 진짜다.’라는 속담이 있나보다. 잘못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악법도 지켜야 하기에 미안해하거나 겸손해하면 축하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연속 두 번을 진 일본이 한번 승리한 것을 가지고 기고만장해 하는 것을 보니 정말 배가 아프다.

삼세번의 룰이 어떤 것인지 어린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안다. 하다못해 가위바위보를 해도 세 번 중 두 번을 먼저 이긴 사람이 승리자다. 사실 우리가 두 번을 먼저 이겼으니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다. 이제라도 미국이 만든 음모 덕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라도 한다면 일본팀에게 박수를 보내겠다.

변수가 많은 게 야구 경기다. 스포츠가 직업인 프로 선수들도 경기가 안 풀리는 날이 있다. 하필 우리 선수들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을 뿐이다. 스포츠는 어쩔 수 없이 결과에 얽매이지만 과정도 그만큼 중요하다. 초대 챔피언의 꿈은 사라졌지만 7경기 중 6경기를 이겼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삼자. 최선을 다한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노고도 잊지 말자.

어릴 때부터 정직해야하고, 정의로워야하고, 겸손해야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겠다. 어떤 일이든 남에게 욕먹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과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야겠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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