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라 담임들은 연일 학부모들에게 학부모회의에 참석해 달라고는 전화를 하게 된다. 아이들의 진로나 앞으로 어떻게 일 년을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학부모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갖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항간에 간혹 학부모 회의가 다른 용도로 변질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혹은 학습지 회사까지 간여해 교사들에게 금품을 살포하고 여러 가지 이권 아닌 이권에 개입한다는 말이 들린다. 물론 학부모 회의를 통해 그와 같은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반드시 적발해서 처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교현장에서는 정말로 사심 없이 학부모를 학교로 초청해 아이들의 교육에 교사들과 함께 관심을 써 달라는 의견을 내 놓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들과 자리를 같이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아예 담임의 얼굴도 모른 채 일 년을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부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은 있지만, 학부모회의에 오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혹시나 그런 점들이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까하는 우려 때문에 선뜻 학교 문으로 들어서기를 주저한다.
물론 교사들에게도 고충은 마찬가지이다. 명색이 학부모회의를 연다고 계획을 세워 놓아도 참석하는 학부모들이 너무나 적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곧잘 어려움을 토로하게 된다.
“이거 원 방송에서는 학부모회의가 무슨 교사들의 이권이나 챙기는 그런 자리라고 떠들어 대는데 참 딴 세상 소리 같아.”
“우리 학교는 무슨 학부모들이 참석을 해 주어야 회의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맞아. 무슨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경제적인 문제를 틀어 놓기나 하는 그런 모양새로 방송에서 떠들어 대는 꼴을 보면 정말 부화가 나서 못 봐 주겠어.”
“그런 것은 둘째 치고라도 이거 원 우리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회의에 참석하려고 하지 않으니….”
본교와 같은 조그마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부모회의 때문에 방송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불순한(?) 소식들과는 다른 고민들은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작 방송에서 말하는 그와 같은 고민은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담임을 하면서 학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별로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학부모들이 시간을 내어서 담임과 한 번 만나자고 한 분들도 없거니와 학기 초에 전화를 하면 거의 반 수 이상이 생업에 종사하느라 계시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화를 한다손 치더라도 기껏해야 신경 써 달라는 말 외에는 달리 들을 말도 할 말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작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학부모님들이 마음만 가질 실 뿐 현장의 목소리에 힘을 불어 넣거나 혹은 교사, 학생들과 더불어 진정 함께 고민하는 장은 부족한 것 같다. 물론 이는 학교 급이 높아지거나 농어촌 학교로 갈수록 심화된다.
부득이하게 소규모 농·어촌 학교에서는 가정 방문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일일이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그네들의 삶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살피고 학부모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다. 간혹 선생님들이 방문하면 놀란 눈으로 쳐다보시는 학부모도 있지만, 대개 어려운 가정 살이를 선생님께 보일까 어려워하시는 모습들을 보면 서글퍼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의 향응이나 금품을 바랄 수 있겠는가. 도리어 어렵사리 가정방문을 하는 선생님들이 도리어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손에 들고 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다.
“요즈음 다들 살기 어렵다고들 하던데, 가정 방문을 해 보니까 정말 실감이 나데. 특히 농어촌 아이들의 가정 형편은 더 한 것 같더라고.”
“맞아. 나도 예전에 생활용품을 사들고 가정 방문을 한 적도 있다니까.”
“정말 학부모회의가 교사와 학부모들 간에 뭔가 오고가는 그런 상황은 상상도 못하는데….”
물론 지역이나 학교급에 따라 학부모 회의가 가지는 상황 자체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에게 학부모 회의가 대체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처럼 교사들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부모 회의가 학교에서 있다고 한들 밖에서 보는 눈은 여전히 의심을 눈초리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어디에서 과연 이 불신의 고리를 끊어야 할지 난감하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학부모들을 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아가 학부모들도 우리 아이들은 진정 위한다면 따뜻하고 올바른 눈으로 우리 교사들은 대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