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학교소식 궁금하겠지요?

2006.03.24 23:06:00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간섭해야 속이 풀리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하고, 자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지만 부모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놀고먹으면서 손이나 자주 벌리는 자식을 캥거루족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헬리콥터 부모나 캥거루족이나 둘 다 못마땅해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말로는 그런 사람들을 경멸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게 부모와 자식의 천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부모와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3학년을 맡았다. 며칠 전, 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전교가 대청소를 했다. 학교에 부임하던 첫날 왠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할 일도 많았다. 그런데 청소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소란만 피웠다. 오히려 더 어지럽힌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어떤 일이건 몸에 밴 행동을 통제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아이들을 하교시킨 후 아예 나 혼자 청소를 하기로 했다. 잔심부름 해줄 몇 명의 아이들과 교실 구석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꺼내 하나하나 쓸모를 확인한 후 버릴 것은 버려가면서 청소를 하는 게 속편하고 능률적이었다.

그날 나는 만으로 8살밖에 안된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다른 학교에서도 3학년을 맡았었고, ‘선생님 심부름 해주고 갈 사람은 남아서 도와 달라’고 하면 그래도 몇 명은 남아서 도와줬던 것을 떠올린 게 오산이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르르 몰려나가고 나니 교실에는 나만 남았다. 철부지 3학년 아이들이니 아직 눈치코치가 있을 리 없었다.

사실 학교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아이들도 학부모는 다 모범생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이건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자식사랑이 철철 넘쳐나는 부모의 눈에는 다 잘하는 것으로 보이게 되어 있다.

학부모를 만나보면 대부분은 자녀의 학교소식을 궁금해 한다. 그런데 가끔은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교사는 가정교육과 연계시키기 위해 어린이의 학교생활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알려주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몇 명의 부모에게는 고쳐야할 점도 한두 가지는 얘기를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학부모는 자기 자식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식의 학교생활에 대해 궁금해 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른 인성을 기르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갖게 하고, 좋은 습관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도 가끔은 자극이 필요하다. 교사에게 좋은 말만 들으려면 굳이 교사를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교사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자식의 장단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가정에서 교육하는 사람이 현명한 학부모다.

욕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학부모 앞에서 아이들이 고쳐야할 점을 얘기하는 교사의 마음을 헤아려보자. 솔직히 모든 학부모에게 앵무새마냥 아이들의 잘하는 것만 얘기하면 교사는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비교육적이라는 것을 교사들은 안다. 욕 얻어먹더라도 학부모들이 정확히 알게 해야 교사들은 마음이 편하다.

그래야 헬리콥터 부모나 캥거루족이 사라질 수 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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