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팽이처럼 즐겨라

2006.03.27 13:07:00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 나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모든 일이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로 작용을 하게 마련이다. 새로 태어난 아기가 그 동안 내내 어머니에게서 공급 받아오던 산소를 자기 스스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숙명 앞에서 가슴 가득 차 있던 공기를 밖으로 힘차게 내 뿜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이 세상을 살아가게 되어있다.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큰 소리로 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그리고 생명이 붙어 있으며 숨을 쉬어야 하겠다는 시위를 하게 된다. 바로 그것이 힘찬 울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남을 알리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에 태어나서 숨을 쉬는 일에서부터 배고픔을 참아내면서 어서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 일, 답답하면 숨을 크게 쉬려고 발악을 하는 일, 젖은 기저귀를 갈아 달라고 투정을 하는 일 등등 온통 스트레스를 울음으로 대신 할 수밖에 없는 어린 생명이지만 스트레스는 있는 것이고 그것을 오직 울음이라는 무기로 해결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온갖 스트레스 속에서 살면서 그것을 참거나 이기거나, 지고 마는 일을 되풀이 해가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중에서 이 스트레스 때문에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질병으로 변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여서 싸우기도 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극단적인 경우에서부터 껄껄걸 웃으면서 온 세상을 비웃듯이 살아가는 김삿갓 같은 분도 있는 것이다.

요즘 병원에 가면 특별한 증상이 나올만한 원인은 없는데도 통증이 오거나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을 흔히 [신경성 00]이라는 병명을 붙이고 이들에게 의사가 하는 말이 "신경을 너무 써서 생긴 병입니다. 신경을 쓰지 마십시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라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 그렇다면 당장 죽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이 살면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식물 인간이나 되면 모를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숨을 쉬는 일도 밥을 먹는 일도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오죽하면 일생에 가장 기쁜 행사인 결혼을 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스트레스 지수 50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면 죽으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정말 환자를 이해하고 정신과 치료를 잘하는 의사라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이겨라.' 거나 아니면 '스트레스에 지지 말고 즐겨라.'라고 해야 옳은 말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이번 WBC 야구경기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스트레스의 효능을 보았다.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의 간판스타인 이치로가 우리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을 한 것이다. '30년 동안은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말겠다?' 이 말은 우리 선수들에게 옹이가 되고 가장 큰 충격이자 오기가 발동하게 만든 스트레스이었다. 그러기에 우리 선수들은 마음속으로 '그래? 너 이치로 멋지게 한번 이겨주마.' 하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불같은 분노는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필승의 의지를 다지게 만들었고, 이를 악물고 뛴 우리 선수 앞에 이치로는 치욕스런 날이라는 변명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리하여 또다시 붙은 경기에서 마저 우리는 멋지게 그들의 콧대를 꺾어 놓는데 성공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우리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이라는 미끼가 던져졌기 때문에 지고 만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 말이 사실이었다고 증명을 해주려는 듯이 4강에 오른 선수들에게 병역특혜를 주기로 한 발표가 나온 다음의 경기는 무참하게 6 : 0이라는 큰 차로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아니 그리하여 그들에게 우승의 영광까지 헌납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준결승전에 임하는 두 나라 선수의 마음은 이미 승패가 결정이 되어 버린 셈이었다. 우리 선수들은 '이미 두 번이나 이긴 팀이지 않느냐?'는 안이함과 함께 이미 병역혜택까지 약속을 받은 상태에서 1,2차 전과 같은 필승의 각오가 아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 정도로 안이한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포기하고 보따리를 싸고 있다가 굴러들어 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미 두 번씩이나 진 치욕을 갚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이번에 지면 일본에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가 아니었던가. 이런 정신 상태에서 승부는 거의 결정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었겠는가?

이제 우리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분명 해진 것 같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이용하라는 말이다. 나에게 스트레스가 다가오면 '나 더러 좀더 힘을 내라는 말이구나' '나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자신의 발전을 위한 촉매로 이용을 하라는 말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말겠다는 각오와 결심만 있으면, 어떤 고난과 스트레스도 물리치고 이겨 낼 수 있는 오뚝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팽이를 보라. 채찍에 힘을 더하여 갈기면 갈길수록 더욱 더 맹렬한 속도로 도는 것이 팽이가 아닌가? 우리는 팽이처럼 스트레스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을 나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더욱 열심히 내 목표를 향하라는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귀찮거나 무서운 질병을 부르는 해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력소가 되어서 인생을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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