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휴대폰 액정 위에 나타난 전화번호가 왠지 낯익어 보였다. 그 전화는 다름 아닌 올해 졸업한 장애우 익진이로부터 걸러온 것이었다.
사실 2월 졸업 후, 익진이와 통화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학창시절 항상 내 주위를 맴돌던 아이였기에 졸업 후에도 대학 생활을 잘해낼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차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 탓도 있겠지만 학기초 워낙 바쁜 학교 일정과 담임업무로 그 아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마음 한편에는 장애우 익진이가 늘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아이가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반가움에 통화 버튼을 누르자 늘 그랬듯이 정확하지 않는 익진이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러왔다.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저 익진이예요.”
“그래, 너구나. 대학생활은 잘하고 있니? 힘든 것은 없니?”
“네~에. 그런데 고등학교 학창시절이 그리워져요. 선생님도 보고 싶고요.”
“처음이니까 아마도 그럴 수도 있을거야. 앞으로 괜찮아 질거야.”
익진이의 목소리는 예전에 비해 그렇게 맑아 보이지가 않았다. 대학 생활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사실 뇌성마비 2급 장애우인 익진이가 정상적인 아이들도 하기 힘든 대학 생활을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3월 대학 생활 한 달을 잘해온 것에 대해 고맙기까지 했다.
익진이는 대학에서 있었던 일을 비롯하여 그동안 하지 못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첫 미팅을 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다소 흥분하여 말을 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손이 불편하여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필기할 때가 제일 힘이 든다며 그 안타까움을 토로할 때는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까지 했다.
“익진아, 그렇다고 포기는 하지마. 알았지? 선생님은 너를 믿는다.”
“선생님,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할게요.”
익진이와 전화를 하고 난 뒤, 여러 생각들이 교차되었다. 어쩌면 앞으로 익진이에게는 이보다 더 큰 힘듦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지금 이 순간, 대학 1학년인 익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와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이하여 진정 장애우를 위한 장애인의 달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