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는 못 먹어도 고(go)가 없다

2006.04.03 11:45:00

현재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법은 학부모, 교사, 지역위원 등 학교운영위원들(학교별 15명 이내)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그래서 3월 중에 실시하는 학교운영위원 선거가 사실상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운위원들이 ‘교육자치의 기본인 학교자치 보장’이라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 목적보다 실리를 챙기는데 급급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다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학운위원 선거가 과열되기도 한다. 학부모직선제나 주민직선제로 출마한 사람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오래 전이다.

이런 요인들이 교육자치를 퇴보시키거나 멀어지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 교육자치 제도가 1991년 출범했는데 아직까지 ‘국가백년대계’라는 교육이 뿌리를 튼튼히 내리지 못한 채 갈팡질팡해 여기저기서 간섭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오는 8월 10일경에 실시 예정인 교육위원 선거가 전국 어디서나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선거를 4개월 여 앞둔 현재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이 다수여서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나타낼 것이라 예상한다.

현 교육위원, 전 교육위원, 전 교육장, 학교장, 현직 교사, 학부모단체대표, 교육부나 교육청 간부출신 등 출마를 준비 중인 사람들의 경력도 다양하다. 출마예정자 모두가 교육계에서는 이름만대면 알만한 사람들이기에 오죽하면 ‘군웅할거’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난립 양상을 보이면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등을 돌리거나, 어느 편도 들 수 없어 진퇴양난인 사람들이 많아지며 후유증을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교육위원은 임기가 4년이고, 시․도교육청 예산 및 행정감사 전반을 심의․의결해야 하는 만큼 책임과 의무가 중차대하다. 교육위원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데 무주공산일리 없다. 그렇다면 왜 서로 자기가 주인이라며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을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새로 선출되는 교육위원에게 6000-7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위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정년퇴임을 했거나 퇴임을 몇 년 앞뒀다. 교육위원에 출마하면서 명예를 소홀하게 생각할리 없지만 경제적인면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교육위원 선거를 교육감 선거의 전초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역대 각 시도의 교육감들 중에는 교육위원을 하면서 학교운영위원들에게 얼굴을 알린 후 교육감에 출마해 당선된 사람들이 많다. 교육감에 출마할 사람들이 미리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제 관행이 되었다.

셋째, 연봉에 비해 기탁금이 600만원에 불과하고, 후보자별 평균득표수의 50% 이상을 득표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일후 후보자에게 반환한다는 규정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교육위원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최소한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을 득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도 있겠지만 앞에서는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모른 채 본인 스스로 자만에 빠질 수도 있다.

출마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이런 것은 알아야 한다.

교육위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이권을 챙겼거나 교육감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개입한 사람들은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 교육위원에 출마할 사람이라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평범한 속담부터 알아야 한다. 평교사들의 권익신장에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몇몇 관리자들과 어울리며 인사를 책임져주는 교육위원이 누구라는 것 입소문으로 다 안다.

교육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교육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몸 바쳐 봉사하기로 각오한 사람들만 출마해야 한다. 평소에는 교육에 대한 관심보다 명예욕을 챙기면서 목에 힘만 주다가 선거철이면 교문이 닳도록 학교를 방문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이중인격자가 누구라는 것도 사람들은 안다.

교육위원을 거쳐 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것이 관행이라 하더라도 교육감 선거에 낙선한 사람들이 다시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경중을 어느 것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통령에 떨어진 사람이 군수에 출마하는 꼴이나 먹이가 있는 곳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몰려다니는 하이에나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다.

교육위원에 출마할 사람들은 정당을 헌신짝처럼 버리거나 당적을 철새처럼 옮겨 다니며 국민들에게 불신 받는 기성정치인들과 달라야 한다. 예전과 달리 요즘 학운위원들은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줄도 안다. 진정으로 교육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많이 출마한들 누가 말리겠는가?

나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교사위원이다. 이참에 못 먹어도 고(go)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못 먹을 것은 빨리 스톱(stop)해야 한다는 선거풍토를 가르쳐줘야 한다. 이번에는 정말 교육발전에 대한 비전과 함께 교육발전을 위해 노심초사 고심할 사람들이 교육위원에 선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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