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학교에서 없어도 되는 자리?

2006.04.04 15:40:00

만약 평상시 또는 한 달 이상 장기간 학교에 교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학교에서 그 자리는 없어도 되는 자리일까?

시도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충북에서는 금년도 현직 교감을 대상으로 한 교장자격연수가 곧 시작된다. 다음 주부터 1주일간은 단재연수원에서, 그리고 한해의 학사일정 중 가장 행사가 많아 바쁠 수밖에 없는 5월에는 한 달 내내 교원대학교 연수원에서 총 7주간 연수가 이루어짐으로써 일선학교의 교육적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요즘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교감선생님들이 각종 인사서류를 작성하느라 학년 초나 연말에는 특근까지 하기 일쑤다. 교사들의 출산휴가와 각종 휴직 등에 따른 강사나 기간제 교사 채용은 물론 교장과 학부모 등 대외관리, 교직원 복무관리 등 그야말로 책임은 있어도 권한은 별로 없는 잡다한 일들이 수없이 대기하고 있는 자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감은 학교에서 교장과 교사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간관리자로서 교장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교장의 학교경영을 보좌하고, 구성원들 상호간의 의견을 종합하여 학교장과 협의하는 등 학교 내 모든 교육활동이 불편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좌 및 인사실무자로서의 지원활동을 하는 위치에 있다.

교장에 따라 교감의 학교 경영조직 내 위치를 계선기능으로 보는가, 참모기능으로 보는가에 따라 그 지위와 역할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교사들의 교육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협의하고 조정하는 일과 교장으로부터 위임된 범위 내에서 제한된 역할을 행사하게 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업무의 혁신과 간소화 추세에 따라 본교에서는 금년부터 교무 업무의 60% 이상을 교감이 전결하도록 개선하여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사회의 변화 추이에 따라 학생들의 주장이나 학부모님들의 요구가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단위학교에서 교장, 교감 등 관리자의 책무와 역할 또한 늘어나고 있고 쉽지도 않다.

교감이 한 달 이상 자리를 비우면 공문 분류부터 크고 작은 교감의 업무는 고스란히 교무부장 등 부장교사와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그러나 과중한 하루 수업 중 많아야 한 두 시간 밖에 비어있지 않은 교사들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의 이런 사정을 아는가 모르는가.

교육 당국은 우리 학교와 같이 40개 학급의 대형 학교에서도 교감이 7주라는 기간동안 자리를 비워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교감은 평소 수업이 없고 학교에 그리 중요한 직책이 아니라서 없어도 되는 자리로 알고 있는 것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혹, 방학 중 관리자 한 사람은 학교를 지켜야 하기에 몇 안되는 연수대상 학교 교장의 근무 부담을 줄여주자는 애틋한 뜻이 있는 것인지.

교감이 학교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직책이라면 현직 교감을 대상으로한 자격연수와 같은 각종 연수를 학교 운영에 큰 지장이 없는 방학 중에 집중 이수하도록 개설하기를 촉구한다. 안된다면 왜 안 되는 것인지 납득이 가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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