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은 왔건만…

2006.04.07 17:08:00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 오랜만에 화사한 봄 햇살이 교실 창가를 비추고 있다. 하물며 창문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마저 따스하게 느껴진다. 그 봄바람에 차가운 겨울바람이 저만치 물러간다.

4월. 이제 교정 여기저기에 핀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봄의 전령사인 진달래꽃이 어느새 내려와 교정 뒷산을 붉게 물들이며 봄 마중 나온 봄처녀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불현듯 학창시절 배운 김소월의 <진달래 꽃> 시구가 생각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진달래 꽃/김소월)

그리고 교정 울타리 사이로 핀 노란 개나리꽃(Golden Bell) 종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지를 축 늘어뜨린다. 그 순간 지나가는 바람이 어깨를 툭 치자 은은한 종소리를 낸다. 그 속에서 잠자고 있던 벌 한 마리 화들짝 놀라며 기지개를 편다.

이른 아침에는 추워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던 하얀 목련이 봄 햇살에 속살을 드러내자 옆에 있던 벚꽃 또한 겨우내 감추었던 핑크 빛 속살을 드러내며 수줍어 말 못하는 새색시처럼 얼굴을 붉힌다.

살포시 내민 꽃잎사이로 봄바람이 살며시 얼굴을 스치면, 벚꽃은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꽃피운다. 세상과 결탁하지 않는 벚꽃의 결백(潔白)은 혼탁(混濁)한 인간 세상에 굴하지 않음이고 그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푸름은 희망이 시작되는 샘터가 된다. 변하지 않는 벚꽃의 꽃내음은 진실하게 살지 못하고 간 넋들을 달래기 위한 위안의 향혼(香魂)이 된다.

쉬는 시간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얼굴 위로 행복이 묻어난다. 춘곤증 때문일까? 가끔 봄기운을 이기지 못해 수업도중 고개를 떨어뜨리는 아이들이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꽃피는 봄은 왔건만 진작 달라져야 할 우리네 교육현장은 여전히 찬 기운만 감도는 이유는 왜일까. 교육 여건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더욱이 교육현장에 불어닥친 교육의 양극화 현상으로 그 어려움은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쪼록 우리의 교육 현장에도 따스한 봄날이 빨리 찾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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