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나처럼 소중하다"

2006.04.21 08:51:00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러려면 하는 일이나 살아가는 형편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진 것이 돈밖에 없다고 호기를 부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늘 시간에 쫓기면서 악착같이 일하는데 간신히 식구들 건사만하는 사람도 있다.

이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 많이 가지고 좋은 집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아가길 꿈꾼다. 사람들이 다 그렇게 바람대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많은 게 인생살이라는 것을 깨우치며 살아간다.

흔히 말하는 돈, 명예, 권력 중 하나라도 제대로 움켜쥐고 있으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 소리를 듣기 위해 동료나 친구를 시기하고 모함한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인 걸 뻔히 알면서도 일확천금을 잡겠다고 로또복권을 사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이루고 싶은 게 사람의 욕망이다. 그러다가 욕망대로 이루지 못하면 현실과 다른 꿈과 이상을 탓하며 절망도 한다.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을 튀기며 화풀이도 한다. 굴곡만큼이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게 인생살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사는 방법이 여러 가지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와 같이 남을 생각하면 누구든지 인생살이가 편해진다. 어떤 일을 하던 남도 나와 같이 소중하다는 걸 밑바탕에 깔고 시작하면 순리대로 잘 풀리게 되어있다. 그래서 가끔은 본인이 사는 모습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노라면 우습기도 하고 부끄러워 낯이 뜨거워지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중에는 분명 최선의 방법이기보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느라 급급했던 일이나 주위 사람들이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는데 자기만 행복에 겨워 미소를 지은 일도 있을 것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본인만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이기주의다. 그런 이기심이 결국은 사회를 좀먹게 하고, 상대편을 원망하게 하고,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내가 아닌 남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우리 반의 급훈이 '남도 나와 같이 소중함을 알고 더불어 사는 어린이가 된다'이다. 사실 3학년 철부지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실천할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보며 기우였음을 확인한다.

저학년이라 처음 만날 때만해도 미주알고주알 친구들의 잘못을 얘기하느라 시간만 나면 내 주변을 맴도는 아이들이 많았다. 대부분 내 잘못은 없고 남의 잘못만 많다는 얘기였다. 염을 떠는 것이라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남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행동 자체가 잘못임을 지적하며 친구들이 잘하고 있는 일을 찾아내 칭찬하도록 했다.

물론 좋은 습관을 기른다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매시간 간질거리는 입을 참느라 고생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서로 칭찬하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아직은 아옹다옹 다툼을 하는 시간이 더 많지만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우리 반 아이들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남도 나와 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꾸준히 실천하면 공평한 세상이 이뤄질 것이고, 그런 세상에서 더 바랄 것이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 또한 나 혼자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나만 생각하기도 바쁜 세상인데 어떻게 남까지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심스럽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던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게 내 인생살이 방법이다.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국 공평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제도권교육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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