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교육주간 및 제25회 스승의 날을 맞이해 한국교총이 교원 인식을 조사해 발표했다. 그중 ‘스승의 날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제자’의 유형을 보면 선생님들이 어떤 제자를 좋아하는 지 짐작할 수 있다.
공부는 잘 하지 못했지만 꾸준하고 성실한 제자가 47.6%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예의바르고 솔선수범한 제자(25.4%), 말썽을 많이 피운 제자(19.7%), 수업에 성실하고 공부를 잘 하던 제자(4.8%)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부형들이 학생들에게 바라는 바가 공부 잘하는 것이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사회에서 더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에게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보다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솔선수범하는 아이들이 더 소중하다.
내 교직생활 28년을 뒤돌아봐도 조사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끔 그동안 가르친 아이들을 떠올리며 옛 추억에 젖는 날이 있다. 그때 먼저 떠오르거나 뚜렷이 기억나는 아이들도 공부 잘했던 아이들이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생했거나, 말썽을 부리며 무던히 속 썩였거나, 말없이 자기가 맡은 일을 해내던 아이들이다. 물론 인간성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라면 오래 기억한다.
나를 기억하며 전화를 주거나 직접 찾아오는 제자들도 공부를 잘했던 아이들이 아니다. 같이 고생했거나 잘못을 저지르며 속 썩인 아이들일수록 내가 가르친 것을 잊지 않고 고마워한다.
그동안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을 떠올려본다. 또 아이들은 '나를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고마움은 모르더라도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부려본다.
아이들은 순진하다. 어떤 일이든 하기 나름이다. 어른인 내가 조금 더 노력하고 사랑하면 아이들은 잘 따르게 되어 있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면서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솔선수범하는 아이들로 키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