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수시로 강조하는 게 ‘남도 나와 같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시하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출근하니 여자 아이가 전날 교실에서 돈을 잃어버렸다고 울상이다. 얘기인즉 앞에 앉은 남자 아이가 학교에서 자기 가방을 뒤지는 것을 봤는데 집에 가보니 가방에 있던 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돈은 주머니에 넣어 본인이 책임지도록 지도했기에 관리소홀을 탓한 후 가방을 뒤졌다는 남자 아이를 불렀다.
불려온 남자 아이는 여자 아이의 가방에 들어간 자기 지우개를 꺼냈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아이와 교사 사이에는 모든 것이 교육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잘잘못이 확실히 가려지지 않았을 때 교사는 난감하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니라 전날 하교 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봐야했다.
학교 앞 가게에서 자기에게 800원짜리 과자를 사준 아이가 있단다. 과자를 사줬다는 아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오히려 자기가 1,000원짜리 과자를 얻어먹었단다. 아이들은 참 단순해 금방 탄로 날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다. 악의적이지도 않고, 지능적으로 머리를 굴리지도 않은 거짓말이기에 상처받지 않도록 지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결국 남자 아이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며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 용돈이 생기면 갚을 테니 제발 부모님에게 알리지 말라고 사정을 했지만 습관이 되기 전에 고치기 위해서라도 부모님에게 사실대로 얘기하고 돈을 받아오라고 했다.
하교 후 남자 아이의 엄마로부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전화가 왔다. 아들이 하는 얘기가 앞뒤가 맞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얘기하고 부모님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다 남자 아이의 엄마로부터 중요한 얘기를 들었다.
“선생님, 사실 우리 아이 작년에도 몇 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아무리 얘기해도 말을 듣지 않아 겁을 주려고 일부러 경찰서에까지 데려가기도 했었어요.”
대개의 부모님들은 자식의 잘못을 감추려고 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부모가 같이 동참하면 도벽도 쉽게 고칠 수 있다. 종종 부모의 잘못된 자식 사랑 때문에 나쁜 길을 걷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런데 우리 반 남자 아이의 엄마는 달랐다.
자신의 잘못인양 자식의 잘못된 습관을 모두 인정하며 돈을 전달할 방법을 물어왔다. 아이 편에 보내주면 된다면서 아이를 지도하는데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오늘 아침 남자 아이는 분실했던 여자 아이에게 돈을 주면서 미안하다는 얘기도 했다. 엄마가 시켜서 한 일이지만 자기 잘못을 덮기 위해 다른 친구를 모함했던 것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남의 것을 탐내지 않으면서 좋은 행동만 하겠다는 다짐의 글도 나에게 보여줬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와 같다. 그래서 나는 우리 반 남자 아이가 도벽을 버리고 훌륭한 어린이로 자랄 것을 믿는다. 어쩌면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자신의 창피를 무릅쓰고 자식의 잘못을 담임에게 얘기한 엄마의 교육열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