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글짓기의 달이라고요?

2006.05.22 14:52:00

5월의 유독 감사해야 하는 날이 많다. 뿐만 아니라 봄과 더불어 찾아오는 낭만과 운치가 만물을 완연하게 소생시키는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감사의 낭만의 달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소 괴로운 달이 되기도 한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런 오월에 유독 글짓기나 독서 감상문 대회 등을 자주 열게 된다. 물론 아이들의 독서와 논술 향상을 위한 것도 있지만, 다분히 형식적인 행사로서 아이들에게는 괴로움을 안겨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단체에서 아이들의 글짓기 공모전에 참가해 달라는 협조 공문이 하루다 멀다하고 일선 학교 현장으로 날아든다.

이거 아이들이 글짓기 선수도 아니고!

“이거 해도 너무하는 것 같애. 아이들이 무슨 글짓기 선수도 아니고, 하루가 멀다하고 무슨 기관 단체에서 글짓기 협조 공문이 오니 말이야.”
“학교에서도 오월이면 어버이 달이다 스승의 달이다 해서 이런 저런 글짓기 행사를 많이 하는데, 여타 많은 단체들에서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니 선생님께서 괴로우시겠습니다.”
“인근에 있는 단체들의 협조 공문이니, 학교 체면도 있고 해서 하기는 한다 만은….”
“교장 선생님도 딱 거절하시니 못하니, 어떡하겠어요. 인근 일선 단체들도 모두 학교와 연계되어 있어 지역 사회에서 혹시나 관계가 소원해지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겠습니다.”
“아이들만 죽어나는 거지 뭐. 정말로 글을 써고 싶어서 써도 힘든 판국에 억지스럽게 글을 만들어 내야 하니 오죽하겠어.”

오월은 기관 단체별로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이 열리는 달이다. 이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모든 단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행사를 개최하고 그 연계선상에서 청소년들의 생각을 담은 많은 글들을 무슨 행사의 작은 부야쯤으로 생각하고 뽑아서 시상을 하곤 한다.

그야말로 아이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기관단체의 행사에 반쯤 강제로 참여하는 셈이다. 물론 담당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주말까지 반납하며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물론 아이들은 대부분 그저 학교의 공식 행사거니 하면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내심 속으로 선생님을 원망하는 수도 있을 터이다.

선생님 저 상금 안 받을 랍니다

이런 기관 단체의 행사와 관련된 글짓기 공모전이나 대회에서는 동기 유발 차원에서 소정의 상금이나 상품권을 걸어 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꽤나 많은 상금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런지 몰라도 가끔은 그런 기관 단체에서 열리는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 올해는 작년에 열렸던 ○○대회 열리지 않습니까?”
“왜, 작년에 글짓기에서 상금받았다고 너무 우쭐해진 것 아니야.”
“아이, 선생님도 제가 어떻게 돈에 눈이 멀어서….”

하지만 시골의 조그마한 학교에서 무슨 기관 단체에서 열리는 글짓기 공모전에 참가해 입상을 한다는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 특히 글짓기 실력이 대회에 참가할 만한 아이들이 많지 않은 까닭에 몇몇 아이들이 여러 기관의 공모전이나 행사에 집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선생님, 저는 올해 글짓기 하지 않을 겁니다. 작년에 일요일날 교회도 못가고, 시험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글짓기 대회 나갔다가 정말 후회했어요.”
“이놈아, 그렇다고 네가 나가지 않으면 우리 학교에서 누가 나가겠니!”
“선생님 그래도 올해는 절대 나가지 않을래요. 억만금을 준다해도 나가지 않을 거니까 선생님 괜한 기대 걸지 마세요.”

어떤 아이는 사전에 내가 글짓기 대회에 나가자고 부탁할 것을 알고 거절을 하는 경우도 심지어 생겨나기도 한다.

수많은 글짓기 대회가 아이들에게 동기유발이 될 수 있을까!

글을 본디 마음에서 흘러 넘쳐 써지 않고는 못 배길 때 써야 제대로 되는 법이라 배웠고, 또 글을 조금 써보니 정말로 그렇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정작 교사로서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이런 동기유발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글짓기가 마치 무슨 행사의 전리품인냥 되어가는 모양새에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물론 양질의 글짓기 대회나 공모전에는 많은 아이들이 참가해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그에 따라 좋은 대가를 받는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무슨 날만 되면 우후죽순처럼 수많은 일선 기관 단체에서 아이들이 마치 글짓기 공장의 글 찍어 내는 노동자인냥 생각하고 일선 학교로 협조를 구하는 것은 자못 우리 아이들에게 잘못된 글짓기 관습으로 고착화 될까봐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요즈음 일선 학교에서는 논술이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지도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다. 특히 상위층 학생들은 저마다 논술이 제일 중요한 줄 알고, 학교의 특기적성이나 계발 활동 시간에 논술반에 몰리기도 하는 조금은 서글픈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목적이야 어떻든 간에 대학입시라면 목을 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일선 학교에서는 자주 독서 감상문이나 여러 과목에서 논술관련 글짓기 대회를 주관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제대로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는 무수한 주제를 놓고 써야만 하는 얄궂은 상황에 처하고 만다. 그렇다 보니 인터넷에서 그대로 옮겨 오는 경우도 허다하고, 일부는 누구에게 부탁을 해서 써 오기도 하는 부정적인 일들이 곧잘 일어나가도 한다.

오월은 정말로 감사의 달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자못 그런 감사의 달이 글짓기로 인해 짜증스럽고 고통스러운 날이 될 법도 하다. 어른들의 잘못되고 이기적인 생각이 우리 아이들을 정말로 글짓기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로 글을 쓰면서 그 대상을 향해 마음 속 깊은 사랑과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몇 자라도 정말로 형식적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글들을 우리 아이들의 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교육환경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의 올곧은 시각이 정말로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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