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SBS(청주CJB)에서는 사건의 전말도 헤아리지 못하고 사람들의 호기심만을 자극할 만한 내용으로 그것도 황금 시간대에 교사가 무릎을 꿇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자기 자식만 천하제일로 아는 한 학부모의 몰상식이 빚어낸 사건, '교권침해'를 넘어 심각한 '인권침해' 범죄였다.
스스로 지성인이라고 자부한 학부모는 점심시간이면 상습적으로 PC방에서 놀다 식사시간이 다 지나서야 뒤늦게 들어와 반성문을 쓰는 등 자식이 혼날 짓을 해서 혼난 것까지도 들추어내는 무식함을 보였다. 무단으로 담임교사의 집을 방문하여 현관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사표를 강요하는 고성을 지르는 등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무시했다. 사전에 지역 공중파 카메라 기자단을 동행하는 등 비도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담임교사와 이 땅의 모든 교사를 농락하고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내겠다고 생각했다.
자식들이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기죽지 않게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세상에서 자기 자식처럼 귀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학부모의 ‘자식사랑’은 그 도는 넘은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자기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것은 모른다. 학교생활에 부적응한 자기 자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안하무인격으로 설쳐대기만 하는 학무모를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의 학부모들은 자식교육을 맡은 학교에 대하여 너그러움은 고사하고 최소한 ‘교육적 채찍’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교육활동 중에 생기는 학부모와의 마찰은 거의 이런 데서 비롯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실수를 하는데 하물며 교직에 갓 발 디딘 어린 젊은 여교사가 조카 같은 어린 아이들의 식습관을 고쳐주기 위해 남보다 적극적으로 한 것이 이런 부끄러운 결말을 가져왔으니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말인가.
아이들이 지금 싫다고 하는 건 다 편들어 줘야 하는가.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걸 지도하는 건 모두가 월권인가. 학부모들이 원하는 건 다 들어주어야 하는가. 학교에서도 교육다운 교육을 포기하란 것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우리학교는 학생이 1천 500명을 넘는다. 그러나 급식소 좌석은 고작 300여석에 불과하고 점심식사 시간은 70분이다. 한 치의 공백이 없이 돌려도 다섯 번(좌석 당 5명)은 식사 순서를 교대해야 하니 한 사람에게 15분도 채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특별한 메뉴가 있는 날 외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안에 식사를 마친다. 그리 넉넉지 못하더라도 그렇다고 오후 일과를 고려할 때 식사시간을 더 늘릴 형편도 못된다.
따라서 딴 일을 하다가 늦거나 정해진 시간에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떠들며 장난치는 아이는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이나 바른 식습관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도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가정교육의 부재 속에 어릴 때부터 나만 최고라는 생각으로 자란 아이들, 내 행동이 그릇되고 공동체 생활에 위배되어도 죄의식이 전혀 없는 무감각한 생활에 익숙해지는 아이들을 그나마 학교 아니면 어디에서 누가 바로잡아줄 것인가.
학부모는 다음의 '영국 국왕 찰스2세'의 이야기에서 무엇인가 느껴보길 바란다.
찰스2세는 국왕으로서 웨스트민스턴 학교를 방문하여 교장인 버스비와 함께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교장은 모자를 그대로 쓴 채 국왕의 앞에 서서 거만하게 걸었고 국왕은 모자를 벗어 팔 옆에 낀 채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국왕이 교문 밖을 나서자 그때서야 비로소 교장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지금까지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주십시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장인 저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저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라에서 국왕보다 더 높은 존재가 있을 수 없듯이 학교에서는 스승보다 더 높은 존재가 있을 수 없다. 거기에다 학교를 방문하며 스승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하여 자신을 기꺼이 낮춘 찰스2세 또한 제왕다운 모습이다. 부끄러운 시대에 사는 살고있는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