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잘못되면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된다

2006.05.26 07:00:00

앞으로 5일이면 달력에서 곤혹스러웠던 5월을 떼어낼 수 있다. 5월은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어버이날, 재향군인의 날, 세계적십자의 날, 로즈데이, 성년의 날, 5.18 민주화기념일, 발명의 날, 기자의 날, 부부의 날, 방재의 날, 바다의 날, 세계금연의 날 등 기념일이 유난히 많은 달이다. 학부모님에게 불신 받아 많은 선생님들이 폐지를 원하는 스승의 날도 5월이다.

시공간을 떠나 인간이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것 세 가지를 얘기하라면 당연히 의식주를 꼽는다. 누구든지 해결하지 않고는 기본생활마저 누릴 수 없으니 의식주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식주 자체가 생활인데다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보니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중 하나인 식사 문제로 교육계는 5월 내내 몸살을 앓았다. 어떻게든, 언젠가는 해결되어야 할 구조적인 문제였지만 식사지도를 하던 영양사 선생님이 안티 카페를 만든 아이들에 의해 수난을 겪고, 급식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이 교사의 집과 학교로 몰려가 격렬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담임교사가 무릎을 꿇는 모습이 방영돼 충북교총과 청주교육청이 교권침해로 학부모 2명을 고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일의 형세가 뒤바뀌는 게 반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면에 반전을 꿈꾸고 있어 반전드라마나 반전영화를 즐겨본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훌륭한 일을 해낸 사람들의 얘기가 더 가슴에 와 닿고, 역전 골이나 역전 홈런에 더 열광하게 된다.

학부모단체의 ‘학부모에 대한 형사 고발을 취하하지 않으면 똑같이 책임을 묻는 일련의 행동을 하겠다’는 발표를 보니 머리를 맞대고 하나가 되어도 시원찮을 교육당국과 학부모간에 점점 갈등과 반목을 키우는 것 같아 답답하다. 어쩌면 신성해야 할 교육이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편의 반전드라마를 연출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문의초등학교는 급식을 하는 인원이 유치원까지 199명이다. 인원이 적당하니 요즘 불거지고 있는 급식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으며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도 시킬 수 있다.

학급별로 마주앉아 오순도순 즐겁게 식사를 하다보니 아이들은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그렇더라도 급식지도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급식을 배식 받고 자리로 가면서 딴전 치다 국을 다른 사람 옷에 쏟는 아이도 있다. 밥을 먹으면서 옆 사람과 장난치다 식판을 엎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아이도 있다. 옆에 앉은 친구와 해찰을 떠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는 아이도 있다.

요즘은 핵가족 시대이고, 가족간에 얼굴보기가 어려울 만큼 바쁘게 산다. 혹 가정교육이 최고라는 것이나 옛 어른들이 왜 그렇게 밥상머리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아는 부모더라도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세상이다. 더구나 자식이 하는 일이라면 오냐오냐 받들어 모시는 형편이니 바른 교육도 어렵다.

물론 가정에서 실시하는 것만큼 교육적인 효과가 크지는 않겠지만 소인수학교에서는 급식시간에 밥상머리 교육이 이뤄진다. 우리 학교는 점심시간마다 재미있는 풍경이 벌어진다. 저학년 아이들이 서로 교직원들에게 물을 떠다주려고 경쟁을 한다. 교직원들이나 아이들이나 저학년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아이들에게 물 한 컵 얻어먹는 게 즐거워서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 공경을 배우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다.

가정에서부터 내 것 네 것 너무 가리지 않도록 교육시키고, 어른 공경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도리임을 알게 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되바라지지도 않고, 예의 없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교육이 잘못되면 결국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된다는 것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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