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숙제는 '투표장 구경하기'

2006.05.31 18:30:00

5.31 지방선거 날입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예측했던 투표율보다 더 높을 것 같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자기 고장 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 그 살림살이를 감시 감독할 중요한 인물을 뽑는 지방선거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초석이기도 합니다.

우리 1학년 아이들에게 5. 31 지방선거일에 학교를 나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아직은 학교에서 치르는 학생회장 선거에 참여할 기회도 없는 1학년은 반장 선거마저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지방을 위해 일할 사람을 잘 뽑기 위해 학교까지 쉬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 우리 아빠는 낚시하러 가신다고 했는데요?"
"우리 집은 친척들이랑 놀러 가는데요?"
"그러니? 아침 일찍 투표를 먼저 하고 낚시하러 가시면 참 좋겠구나."

아직 어린 1학년이지만 어른들의 정치 활동 모습을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투표장을 찾아가며 오손도손 이야기도 나누고 선거애 대해 설명을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 따라서 투표장 가기' 숙제를 내주었답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을 노린 숙제라고 해야겠지요?

날씨도 화창하니 아이 손을 잡고 투표장에 가는 부모님 모습도 보기 좋을 것이고 학습의 연장으로 체험학습을 하며 신기해 하며 이것저것 여쭈어 볼 아이에게 눈을 맞추며 재미있게 가르쳐 줄 부모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학교에서 몇 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투표장에서 한번 보는 것이 훨씬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거에 참여하는 일을 미루고 나들이 계획을 세운 부모님이라도 학교 숙제를 하겠다며 투표장으로 가자는 아이의 손을 뿌리치기는 힘들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뭐든 열심이신 우리 부모님들이니 아마 우리 반 아이들의 집은 투표에 참여한 가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일은 투표장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을 발표시켜 보렵니다.

월드컵에 출전할 태극전사들의 이름은 줄줄 외우면서도 내 고장 발전을 위해 일할 후보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할 생각마저 않는 정치 무관심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특별한 사정도 없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갖거나 정치를 비판하는 일은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꼼꼼히 살펴 보고 삶의 질을 높여줄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일은 세금 낭비를 막는 첩경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법학자 예링의 말을 새겨 들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예링은 그의 명저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최소한의 국민의 의무인 투표하는 일은 참정권을 행사하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 한표 한표가 모여서 지방을 이끌고 비판과 질책, 격려를 담아내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민주 시민이 될 우리 반 1학년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하였기를 빌어봅니다. 대통령이 꿈인 아이를 비롯해서 다양한 꿈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를 잠시 구경하며 자신의 꿈을 키우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학부모님! 미래의 유권자들에게 좋은 본을 보여주세요.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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