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흔들어대고 아직도 아쉬운 것이 남았는지 지난 30일 저녁 ‘교사의 촌지문제’에 대해 다룬 MBC의 PD수첩 시청자게시판에 300여건의 글이 올라왔고, 대부분 교사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삼류 소설에 가까운 글들이 많아 방송 취지가 의심스럽다.
어떤 일이든 경중을 떠나 원인과 결과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촌지 문제에 대해 부도덕한 교사집단이 문제라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심층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방송취지부터 이번 방송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왜들 그러는지 참 어이가 없다. PD수첩이 흔들리는 교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교권을 세워달라는 아우성이나 문제 있는 교사 몇 명을 언론이 혼내주기보다는 촌지 문제에 있어서라도 우리 사회의 인식수준을 조금씩 높여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내세운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PD수첩과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가 방송을 위해 촌지 및 불법찬조금에 대해 여론을 조사한 인원이 1,300여명에 불과했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및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대도시 학부모였는데 촌지를 제공한 학부모들의 평균 금액이 1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국의 모든 교사가 다 촌지를 받는 양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한심스럽다.
흔들리는 교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촌지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서 ‘교실 안의 거래, 촌지’로 타이틀을 붙인 것도 문제였다. 의도야 어떻든 일반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여 상인과 상인, 또는 상인과 고객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매매행위인 거래라는 말을 신성한 교육에 사용하며 묵묵히 교단을 지키고 있는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렸다.
최근 3년 이내에 교사에게 3만원 이상의 물품이나 선물을 제공한 적이 있다는 학부모가 40%에 이른다는 조사결과의 신빙성에 관해서도 생각해봐야한다.
이웃하고 있는 2개의 초등학교 중 한곳을 수요자가 선택해서 다닐 수 있는 공동학구 아파트에 살던 10여 년 전의 얘기다. 우리 부부가 그곳의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작은 아파트였지만 주민들 중 여러 명이 학부모였다.
그때 5월이면 어머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너희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기에 학부형들에게 선물도 못 받느냐?’는 핀잔을 겸한 불만이었다.
그 당시 아파트 입구에는 주민들의 쉼터인 벤치가 있었고,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면 그곳에 모인 학부모들이 촌지나 선물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인사람들마다 한결같이 담임에게 선물 줬다고 하는데 너희는 왜 집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벤치 밑에서 촌지나 선물을 줬다는 얘기로 신이 났던 대부분의 학부모가 교사들과 전화통화 한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부부는 잘 알고 있었다. 사소한 일이더라도 기죽기 싫은 게 사람 심리다. 이웃보다 더 좋은 선물을 줬다고 꾸며서 얘기한들 문제될 것도 없는 게 촌지나 선물 얘기다.
여론은 공익을 앞세워야 한다. 왜 방송이 앞장서 촌지가 만연하고 있는 양, 전체 교사가 촌지를 받는 양 교육발전에 역행하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교육에 대한 사회의 인식수준을 높인다면서 오히려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린다면 본래의 의도에 맞지 않는 방법이다.
작금의 사태를 보며 책임을 회피하려고 발버둥치는 게 아니다. 빈대를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면 남는 게 무엇인가? 휴대폰을 빼앗긴 중학생이 담임교사를 처벌해 달라고 경찰지구대를 찾아왔다는 웃지 못 할 얘기에서 교권추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왜 높아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담임교사에게 휴대폰을 두 번째 압수당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교사가 빼앗은 휴대폰으로 체육시간에 달리기 기록측정을 했으니 남의 물건을 훔쳐 사용한 것 아니냐는 게 담임교사를 처벌해 달라고 신고한 이유였다는 것도 생각해보자.
이런 상황이라면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발 6월 첫날인 오늘부터는 사제간에 정을 찾고 학부모와 교직원이 하나 되어 교육 살리기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